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이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연계한 '완결형 국가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24일 “국립의전원의 기초과정과 임상과정을 분리하고 국립중앙의료원마저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서울에 다시 짓는다면 현재의 수도권 중심 의료구조는 그대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의료격차가 병원 몇 곳을 늘리거나 일부 진료과를 보강하는 방식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국가가 새로 설립하는 의학교육기관과 국가중앙병원의 입지와 기능이 앞으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의료구조를 결정하는 만큼 경제성과 예산 효율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특히 "의료 인프라를 도로와 철도, 교량과 같은 국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는 국민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기반시설”이라며 “단순한 복지비용이나 병원 운영비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핵심 SOC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체계의 취약성으로 인해 이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24년 서울 ‘빅5’ 병원을 이용한 비수도권 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41만 원으로 수도권 환자보다 116만 원 많았다. 여기에 교통비와 숙박비,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지역 주민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역 환자의 서울 상급종합병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순비용을 2023년 기준 교통비와 숙박비만 4121억 원으로 추산했다. 진료비 차이와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최대 4조627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지방에 건립하면 같은 예산으로 의료·연구·교육시설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보건복지부가 서울 중구 옛 미군 극동공병단 부지에 776병상 규모의 국립중앙의료원을 신축하는 계획은 총사업비 1조6272억 원 가운데 부지 매입비만 7599억 원에 이른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부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으로 이전하면 서울의 높은 땅값에 투입되는 비용을 진료와 연구, 교육 기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응급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신생아와 산모가 진료·분만을 위해 장거리 이동하거나 헬기를 이용하는 현실 역시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필수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빅5 병원 환자의 58.2%가 비수도권에서 올라온 환자라는 점에 대해서도 “서울에 환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지역에 최종 치료를 감당할 병원이 없어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해법은 의료인력 양성부터 기초·임상교육, 전문의 수련, 연구, 중증·필수의료 진료까지 하나의 국가 시스템 안에서 수행하는 완결형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립의전원을 단순히 의사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기초의학부터 임상실습과 전문의 수련, 공공·필수의료 현장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립의전원의 임상교육·연구·수련을 담당하면서 지역 중증·필수의료의 최종 거점 역할을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수 의료인력을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한 처우 개선도 주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22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평균 연봉은 1억4891만 원으로 전체 의사 평균보다 낮았다. 박 의원은 지방 근무에 상응하는 보수와 연구·교육 기회, 주거 및 정착 지원 등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의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이전 지역의 기존 공공병원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남원의 경우 남원의료원이 보유한 인력과 장비 가운데 활용 가능한 부분을 연계하면 개원 초기의 인력 확보 부담과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역 의료격차가 저출생과 지역소멸 문제에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뿐 아니라 아이가 아플 때 믿고 찾을 병원이 필요하며, 산업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의료와 교육은 수도권에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5극3특’을 비롯한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립의전원을 기초교육부터 임상실습과 전문의 수련까지 수행하는 완결형 기관으로 설립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 포함해 의전원의 임상·교육·연구 거점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8년 째 국립의전원 유치를 준비해 온 남원은 두 기관의 연계 구상을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지역”이라며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함께 세워 교육·연구·진료·수련이 하나로 연결되는 국가 공공의료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의료격차 해소와 저출생, 지역소멸, 국가균형발전을 동시에 풀어내는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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