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1000조(兆) 담기] ⑦ "전북형 '현대차 밸류체인 지도' 만들자"

가장 시급한 전력·인력 등 기반 마련 '선순환 효과' 유도 필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3명의 당대표 후보 중에서 새만금 청사진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로 손꼽혔다.

그는 "현대차 9조원의 새만금 투자를 마중물로 2·3차 메가 프로젝트를 가져오겠다"고 말하는 등 '현대차 9조원' 자체를 1차 투자로 봤다.

그러면서 "전북 정치권과 전북자치도가 미리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무총리로 있을 때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맡아 새만금의 농업·산업 발전과 개발 가속화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한 장본인이다. 현대차가 요구한 핵심 부지 문제를 농식품부 소유 개발부지의 대체를 통해 해결하기도 했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이 8월 20일 전북자치도에서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안을 설명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한마디로 김민석 대표의 새만금 구상은 '현대차 9조 → 추가 국가 프로젝트 → 메가 전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선 막판에는 '전북 메가플랜'이란 개념을 들고나와 전주(금융)와 익산(교통), 군산(산업)의 연계 발전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집권여당 대표의 새만금 의지가 강한 만큼 전북자치도와 기초단체들도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새만금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9조원 투자를 새만금 1000조원 담아내기의 첫 번째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자치도가 중심이 돼 '전북형 현대차 밸류체인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9조원의 전북경제 효과'를 측정하는 장치를 마련해 볼만하다. 현대차가 9조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9조원이 곧바로 전북경제에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전북도 차원에서 매년 공개적으로 지역 소재 협력업체의 매출과 지역기업 수주액, 지역인재 채용인원, 지역 내 생산유발 효과, 청년 취업자 수, 지역업체의 현대차 공급망 진입 숫자 등을 측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만하다는 주문이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지난 20일 '현대차 투자 맞춤형 지원'을 발표하고 "현대차그룹의 9조원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부지 공급뿐만 아니라 신속한 행정절차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땅과 행정'만 제공한다고 해서 현대차 9조원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새만금개발청이 발표한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안 ⓒ새만금개발청

어찌 보면 기업 수요에 맞춘 용지 공급과 신속한 행정절차는 기본이다. 국토부 외청이 이런 지원에 나선다면 전북도는 그 다음 단계의 역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가 9조원을 투자해도 핵심장비와 소재,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다면 전북에 남는 부가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현대차그룹 투자에 맞춰 1차 협력사와 2·3차 벤더, 지역 대학·연구기관, 창업기업으로 이어지는 '전북형 밸류체인 지도'를 구상하고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차 협력업체를 최대한 끌어오는 전략도 필요하다. 로봇 부품과 AI·데이터센터 장비, 전력·전력 반도체, 수소 생산·저장·운송, 스마트팩토리 등 분야별로 전북에 끌어올 수 있는 기업을 구체적으로 발굴하고 노력해야 한다.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가 AI·로봇·수소·에너지의 결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도 차원에서 단순히 자동차산업의 확장판이 아니라 'AI·로봇 제조 클러스터'로 만들어 가는 방안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새만금개발청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현대차의 새만금 로봇 투자와 관련해 "로봇계의 TSMC를 만들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세상에 상정 가능한 모든 로봇을 만드는 공장을 새만금에 구현하겠다, 이게 (현대차의) 꿈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물론 '전력'은 현대차 투자 성공의 핵심 열쇠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현대차는 내년 3월에 AI 데이터센터(DC)를 착공하고 같은 해 말에 태양광 발전과 수소 생산시설 착공 등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올해 9월에 AI DC와 관련한 건축심의를 신청하고 새만금청은 연내 건축허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새만금 기본계획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기존 7기가와트(GW)에서 10GW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4개 산업단지를 RE100 산단으로 만드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전력 지원을 위한 발전과 송전과 저장 이후 기업 공급과 RE100 인증 등 전력공급 시스템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현대차뿐만 아니라 향후 새만금에 들어올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이곳에 오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전북의 최대 약점인 '인재' 양성은 서두를수록 좋다.

새만금청은 현대차그룹과 연관 기업 인력들이 1산단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9공구의 산업·연구시설 용지를 주거시설 용지 등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전북에서 반도체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반도체 인력 남방한계선'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치열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이 공장을 지어놓고 전문인력을 다른 지역에서 데려오는 구조가 된다면 지역 경제 효과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지역대학·현대차·협력업체 등이 참여하는 '새만금 첨단산업 인재위원회'를 만들어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제안한다.

현대차는 내년 3월에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한다는 방침이어서 2027년부터 인재 양성에 나선다면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다.

새만금과 전주·익산·군산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전북 메가플랜'도 추진할 만하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제안하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어 전북도와 3개 지자체가 협심을 한다면 속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을 하나의 거대한 공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북 중서부권 전체를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은 "땅을 빨리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9조원 투자는 "그 땅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제 전북이 할 일은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다. 새만금 땅에 현대차가 들어오고 협력업체와 지역기업이 공동 번영의 길로 들어서며 인재와 창업이 재투자를 부르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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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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