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실명 비난한 北 김여정에 통일부 "폄훼나 왜곡 안된다…배려와 존중 필요"

정동영 "통일부 장관으로서 지난 1년 동안 정말 답답…이제 동북아 지각판 움직이는 것 같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동북아의 지각판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데 대해서는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며 완곡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21일 기자들과 만난 정동영 장관은 "통일부 장관으로서 지난 1년 동안 정말 답답했다. 자청해서 두 번째 통일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어떻게든 고착화된 현상을 타파 해봐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했습니다만 역부족이었고 참 좌절의 시간이었다"라며 "그런데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동북아에 불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각판이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 연습 대폭 축소 발언이 나오고 이어 실제 훈련 축소가 실행되면서 2019년 이후 7년 동안 이뤄지지 못했던 북미 대화가 재개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와 주변의 시계가 멈춘 지 7년 만에 다시 돌기 시작했다. 어제(20일) 저녁 김여정 부장의 담화도 있었지만 지금 가장 바쁜 것이 평양일 것 같다. 똑같이 바쁜 것이 워싱턴"이라며 "지금은 북미의 시간이고 미국도, 평양도 전략적으로 움직이면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19일 입장 발표를 통해서는 미국에 훈련 축소에는 흥미가 없다면서 적대시 정책의 철회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미국에 훈련 축소를 넘어 훈련 중단 등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장의 입장 발표 이후 한미가 실시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이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적어도 2년 반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후에 한미 연합 군사 연습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김 부장의 입장 발표에 대한 답으로도 해석됐는데, 김 부장은 이에 대한 응답 없이 20일 화살을 남한에 돌리며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이 고위당국자는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남북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라며 "폄훼나 왜곡은 안된다. 정상국가화 과정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인데, 북도 정상국가로 가고자하는 것 아닌가?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통일부 역시 "정부는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북측도 우리의 한반도 평화 의지를 왜곡하지 말고, 남북 모두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여정에 함께해줄 것을 촉구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 부장이 미국의 대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남한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식의 입장을 내놨지만, 이 고위당국자는 북한에도 여전히 북미대화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은 트럼프와 만나게 된다면 어거지로라도 핵보유국을 인정받는 결과가 될 것이고 대북 적대 환경이 개선되고 제재 완화 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생존권과 발전권 측면에서 북의 (대화) 수요는 강하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본토에 대한 (북핵 위협을) 줄일 수 있고 트럼프 개인적인 정치적 자산과 함께 역사적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이득이 있다"라며 "최근 미 여롡사 발표를 보면 북에 관여하고 대화하라는 응답이 60%"가 넘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북한과 대화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면 핵 보유국으로 인정될 수 있는 데 대해 남한 내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핵 보유국과 핵 세력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핵 보유국이라고는 하지 않았다"라며 "가진 것을 인정한다는 말과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건 (다르다)"라고 말해 미국과 대화가 곧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핵 보유를) 인정 받으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세계적으로 핵 보유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다.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지정하고 명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북이 핵을 갖고 있는 건 현실"이라면서도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라면서 우선 북핵을 멈추기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의) 용인(여부)보다 중단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북핵 개발 및 고도화를) 멈추는 것은 모든 당사국들이 힘을 기울여서 겨우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오죽하면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비핵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나"라며 "일단 대화 테이블을 열고 마주 앉아야 한다. 그래서 핵이 중단되면 그건 우리 국민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핵은 기본적으로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며 "(북핵의 역사가) 길었던 만큼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과정도 길 수밖에 없다. 우선 멈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서울청사 본관 통일부. ⓒ프레시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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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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