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관련해 오만이 제안한 공동 관리 방안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해협에 대한 권한과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주요 의제가 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가 향후 중동 정세를 가늠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만이 제안한 호르무즈 해협의 지역 공동 관리 방안을 성공 가능성이 없어 거부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비현실적인 계획"을 추진하도록 오만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해협을 통과하는 전체 진입로와 일부 진출로가 이란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면서 오만이 제기한 50 대 50의 공동 통제 협정은 이란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역제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자국의 통제 구역이 이란 쪽 영해뿐만 아니라 반대편인 오만 쪽의 일부 항로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통신은 앞서 28일 "걸프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 방안을 이란에 제시했다고 걸프 지역 소식통과 서방 외교관이 전했다"며 "이 방안에는 선박으로부터 자발적 통행료를 징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통신이 인용 보도한 소식통 및 외교관들에 따르면 오만 제안의 핵심 내용은 이란이 단독으로 해협을 통제하지 않으며, 통행료는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통신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선박에 항해, 환경 보호, 수색 및 구조 활동 자금 마련을 위한 자발적 기부금을 요구하는 말라카 해협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 역시 27일 미국과 이란이 오만, 카타르, 파키스탄 등의 중재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이번 공습 중단을 영구적인 새로운 휴전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협상의 주요 의제는 이란과 오만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교통 관리에 있어 일정 수준의 권한과 잠재적 수익을 부여하는 방안"이라고 보도했는데 오만이 제안한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이 방안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가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협력 체제를 본뜬 것"이라면서 미국의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란 측에서는 이 방안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쟁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이 호르무즈 해협에 말라카 해협 모델을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선박 운항을 위한 환경 및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논의될 수 있다고 보도헀다.
신문은 "지난 5월부터 오만은 해양법을 준수하기 위해 해협 수수료 부과 계획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란 정부를 설득해 왔다"며 "오만은 말라카 해협을 관리하는 방식과 유사한 모델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오만은 유엔과 IMO의 동의를 얻어" 이러한 방식이 실행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란 환경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연간 5만 대 이상의 선박과 유조선 등이 페르시아만에 미치는 오염 유발 행위"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체 안을 마련했다면서 "이 계획에 따르면 이란은 통항 선박으로부터 선박의 종류, 화물량, 운항 기록, 그리고 과거 오염 이력에 비례하여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말라카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 중 해당 해협 내 항구를 최종 목적지로 삼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말라카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란 언론은 점점 더 말라카 모델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라며 "이란 매체 <하바르온라인>은 이러한 합의가 '윈윈'(Win-Win)이 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이란에서 해당 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두고 협상이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가운데 29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3척을 공격해 통항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 유조선들이 "안전하지 않고 불법적인 항로"를 택했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항행을 계속하려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미국의 군사적 간섭"과 역내 선박에 대한 미군의 지시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은 요르단의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공식 계정에 혁명수비대가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모든 미사일이 성공적으로 요격됐다고 전했다. 혁명수비대 역시 이날 성명에서 요르단의 미군 지휘소와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습 없이 이란이 먼저 미군기지에 공격을 실시한 것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 중재자를 통해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이란이 협상안 관철을 위한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인민동원군(PMF, Popular Mobilization Forces) 관련 거점을 공습하고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다른 지역으로 본격적으로 확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PMF 측은 이번 공격으로 7개 지역에 걸쳐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는데, 알자지라 방송은 "PMF는 이라크 정부군에 합법적으로 소속돼 있다. 이는 이라크 주권에 대한 침해로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알리 알자이디 총리가 내각과 긴급 회의를 열어 향후 조치와 오늘 발표할 성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동 지역으로 전쟁이 확전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이란에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타르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교의 술탄 바라캇 교수는 알자지라에 "이란이 대리 세력(프록시)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타격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수 개월 동안 이란은 사우디를 전쟁에 개입시키지 않는 "지혜로운" 접근 방식을 취해왔으며, "그들의 영향력을 성공적으로 중립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이란이 이라크와 예멘 내 대리 세력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무장 단체들이 "조금씩"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을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이제는 이라크에서 사우디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까지 목격되고 있다"면서 "홍해 지역에서 더 많은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도우러 나설"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라캇 교수는 특히 이란이 지난 2주 동안 "논의의 중심을 핵 프로그램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상황은 이란 입장에서 "정말 잘못된 계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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