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신청도 안했는데 업체가 먼저 찾아 왔다"…학교 시설사업 부정 '수두룩'

전교조전남지부, 학교 시설공사·물품구매 파행사례 공개…개선 촉구

◇ A고등학교 - 방송실 현대화 사업(7000만원)

학교장은 현안사업 예산 신청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업체 관계자를 학교로 데려와 담당 교사에게 방송장비 교체와 벽체 철거, 집기 교체 계획 등을 설명하도록 했다.

◇ B고등학교 -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

학교장이 시공업체를 직접 지정해 사업을 추진, 정상적인 견적·입찰 절차 없이 관리자 주도로 업체가 결정된 정황이 확인됐다.

◇ C초등학교 - 안심알리미 및 교육물품 구입

이미 안심알리미가 지급돼 있음에도 학교장이 담임교사들을 불러 교육청 예산으로 추가 구입을 지시했다. 2025년에는 교사들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약 2000만 원 상당의 창의융합키트 구입을 강행했다.

◇ D유치원 - 교육물품 구입

교육지원청에서 물품 구입 예산이 내려오자 관리자들이 사전 협의를 거쳐 품목(멜로디언, 난타북 등)은 물론 구입 업체까지 미리 확정한 뒤, 담당 교사에게는 견적서 확인과 지출품의 상신 역할만 맡겼다.

◇ E초등학교 - 과학실 리모델링 사업(약 9700만 원)

학교장이 특정 업체를 사전에 선정하여 사업을 추진 중이며, 해당 업체가 이전 리모델링 사업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되어 사업 추진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광주청사 표지판.ⓒ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전교조 전남지부(지부장 신왕식)가 최근 학교 시설공사와 물품 구매 과정에서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특정 업체가 먼저 사업에 관여하거나, 교사에게 계약·공사 관련 업무를 떠넘긴 사례가 빈번하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가 필요를 결정한 뒤 절차에 따라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업체가 먼저 등장하고 학교가 뒤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제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그동안 물품 구매와 시설공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 같은 문제들을 수차례 교육청에 제기해 왔다"면서 "하지만 전남교육청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없이 무사안일한 자세로 일관해왔고, 그 사이 업체들의 학교 방문과 교직원에 대한 압박은 오히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통된 사례로는 ▲사업 추진에 앞서 업체가 먼저 학교에 들어오는 구조 ▲학교 구성원의 논의와 의사결정보다 업체와의 협의가 선행되는 구조 ▲교육활동의 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 ▲시설공사와 계약 관련 행정이 교사에게 전가되는 구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교사가 심리적 압박이나 문서화의 대상이 됐다는 점 등이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전남교육청에 제보된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할 것과 학교 시설공사와 물품 구매 전 과정의 절차를 점검하고 투명성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업체의 학교 방문과 교직원 접촉에 관한 명확한 운영기준과 매뉴얼을 마련하고 시설공사·계약·견적 등 행정업무를 교사에게 관행적으로 전가하는 운영을 개선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관계자는 "과학실이나 방송실 리모델링 사업은 순수 공사비만이 아니라 기자재와 비품 구매 등이 함께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체 사업비가 7000만~9000만 원 규모로 보이더라도 공사와 물품 구매 등이 나뉘어 있으면 계약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교조가 문제를 제기한 5개 학교 중 1개 학교는 관련 자료를 받아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고, 나머지 4개 학교도 자료가 제출되는 대로 확인할 계획"이라며 "감사나 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확인되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진규

광주전남취재본부 박진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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