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수업 시간에는 많은 외국인이 들어온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몽골 등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필자의 강의를 수강한다. 필자는 어원을 중심으로 문화문법적 접근으로 가능하면 이웃 나라의 말과 비교하면서 설명할 때가 많다. 언젠가 단군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각 나라에 있는 단군 이야기와 비슷한 것을 발표하기로 한 적이 있다. 필자가 원하던 것은 설화나 신화를 비교하기 위한 시간이었는데, 단군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 단군과 비슷한 어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필자는 단군의 어원이 ‘Tengri’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그 의미는 ‘하늘신’ 혹은 ‘하늘’의 의미하였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하늘신과 인간을 맺어주는 제사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각 국의 학생들이 ‘텡그리’와 비슷한 단어가 자기 나라에도 있다는 것이었다. ‘탕헤르’도 나오고, ‘딩기르’, ‘단군’, ‘탕기르’ 등 비슷한 말이 상당히 많이 있음을 알았다. 그 의미는 대부분이 ‘하늘신(天神)’과 관련이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의 언어에서도 하늘신을 ‘딩기르(안)’라고 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다가 ‘대가리’의 어원도 결국은 ‘텡그리’와 같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가리’라고 하면 ‘동물의 머리를 이르는 말’, 혹은 ‘인간의 머리를 낮추어 부르는 말’ 등으로 인식해 왔다. 그래서 “돼지 대가리도 안 놓고 고사를 지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와 같은 식으로 표현하여 왔다.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를 때는
지금 공부를 하기에는 그 녀석 대가리는 너무 굳었어.
와 같이 쓰기도 한다. 그래서 주로 짐승의 머리를 일컬을 때 ‘대가리’라는 표현을 썼다. 그래서 못대가리, 닭대가리(기억력이 좋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새 대가리 등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옳다. 요즘은 ‘소머리국밥’으로 인해 ‘소머리’도 복수 표준어가 되었지만, 필자가 어린 시절까지만 해도 ‘소대가리’가 표준어였다.
그렇다면 텡그리는 신이나 신에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대가리는 어째서 낮춤말이 되었을까?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어라하’가 원래는 임금님을 부르는 말인데, 지금은 ‘에라이!’라고 하면서 마치 욕할 때 쓰는 감탄사처럼 쓰이고 있으며, ‘마누라’도 ‘왕족을 부르는 호칭’이었는데 지금은 아내를 낮추어 부르는 말로 격하되었다. 이런 식으로 원래는 비교적 고급스러운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후대로 가면서 그 의미의 격이 떨어진 것은 많다. 그래서 필자는 ‘텡그리’가 ‘천신이나 제사장(무당)’이라는 의미였는데, 샤머니즘이 미신으로 인식되면서 그 의미가 격하되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텡그리’에서 유래한 대가리(원래는 머리의 의미였을 것이다)가 낮춤 표현으로 변한 것이라고 본다.
대가리를 더 낮추어 부르면 ‘대갈박’이 된다. 역시 사전에는 ‘여물바가지의 방언’, ‘대갈빡’은‘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타나 있다. 어원 사전에 의하면 ‘대갈박(빡)’은 ‘머리의 뜻을 지니는 이음동의어가 세 개나 겹친 합성어’라고 나타나 있다. 결국 대가리의 ‘대’는 ‘닫>달>달이>다이>대’로 변형된 모습으로 머리의 뜻을 지닌다고 하였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참조). 그 책에서는 ‘도리도리’는 머리를 좌우로 돌리는 것으로 아이들을 어를 때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도리’가 머리의 뜻을 지닌 옛말이라고 하였다. 또한 ‘박(빡)’도 ‘박치기’나 ‘이마빡’, ‘마빡’과 같이 ‘머리’의 원의(原義)를 가진다고 하였다. 이 또한 일리가 있는 견해이기는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그 중에서 어원을 고려하고 검토해 본다면 ‘텡그리’에서 ‘대가리’라는 말이 유래했고, 계속해서 각종 머리를 의미하는 어근들이 합하여 대갈빡으로 변형된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원래는 고귀한 의미를 담고 있던 어휘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어의가 전성되어 낮춤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본다. 샤머니즘이 미신으로 격하되면서 그와 관련된 어휘도 같이 격하되어 지금에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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