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달라 하지 말라"는 이 대통령…전북이 정말 '떼만 쓰는 지역'인가

충청 242조·호남 반도체 800조…국가 첨단산업 지도에서 비어 있는 전북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왜 우리 동네는 안 나눠주느냐며 정치인들이 부화뇌동하면 그 동네가 발전하겠느냐"고 말하면서 지역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가 전북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영남권 일부 정치권의 반발과 함께 최근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북 소외론'까지 함께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장 전북에서는 "전북이 과연 무엇을 나눠 달라고 떼를 썼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실제 전북 정치권이 최근 제기한 요구는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후속 생산기지와 소재·부품·장비 산업, 연관 산업을 전북에도 분산 배치해 달라는 수준이었다.

물론 민주당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북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동안 국가 전략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치밀한 논리와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국가사업 추진에서 매번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무능력했다는 비판을 전북 도민들로부터 따갑게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주민은 섭섭할 수 있지만 정치인이 함께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은 전북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광주·전남 800조에 이어 이날 충청에서는 '충청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242조 원에 이르는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이처럼 최근 정부가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국가 첨단산업 청사진을 보면 전남.광주와 충청의 사이에 껴 있는 전북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전남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며칠 사이에 충청권에는 삼성 140조 원, SK하이닉스 100조 원, 셀트리온 2조 원 등 모두 242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추가됐다.

불과 며칠 사이 국가 핵심 첨단산업 투자만 1000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에 전북은 정부가 제시한 '핵심 첨단산업 지도'에서 사실상 이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초, 새만금에는 현대차그룹의 9조 원 투자 계획이 발표됐지만 제조업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와 비교하기에는 산업적 파급력과 고용 규모,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평가가 적지 않을 뿐더러 투자 규모 차원에서 전남.광주권과 충청권에 비해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정부와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 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상황을 만들라"고 말했지만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국가산단을 지정하고 전력망과 용수 공급 계획을 국가가 먼저 마련해 온 것이 사실이다.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과 기반시설 구축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 반면 전북은 국가 첨단산업 전략에서 우선 검토 대상에 조차 포함되지 못한 채 "스스로 여건을 만들어 오라는 주문만 반복해서 받아왔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인식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북을 찾았던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는 "전북은 삼중소외를 겪고 있다"며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듯 했다. 그 발언은 오랫동안 국가 주요 정책에서 밀려났다고 느껴온 전북도민들에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민주당을 또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이어진 국가 첨단산업 재편의 결과는 도민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광주·전남에는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가, 충청에는 수백 조 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가 잇따르는 동안 전북은 또다시 국가 전략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지역에서는 "삼중소외를 해결하겠다던 약속이 오히려 전북을 '사중소외'로 내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북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지역의 몫을 빼앗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산업지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전북도 대한민국의 한 축으로 인정받고, 최소한 출발선에서 조차 제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호소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김정관 산업부 장관. 뒷줄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박홍근 기획처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박수현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조상호 세종시장, 신용한 충북지사. ⓒ연합뉴스

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