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의 전북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간 양자대결로 치달으며 사실상 최대 피해자는 조국혁신당 후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전북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혁신당의 양당 대결 구도가 예상됐다.
전북 혁신당은 올해 처음 맞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확실한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며 명실상부한 전북 내 제2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14개 기초단체장 의석 중 최소한 2~3석을 확보하는 등 기초長의 원내 진입을 통해 민주당의 확실한 견제세력으로 우뚝 솟으려 했다.
이런 계획은 올 4월 이후 전북도지사 선거가 민주당 대 무소속 후보로 급속히 전환되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무소속 바람이 불며 혁신당 후보들의 모습이 그만큼 퇴색된 측면이 있는 까닭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혁신당은 단 1석도 건지지 못하는 등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전북 혁신당은 선거 직후인 4일 입장문을 내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석도 건지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고 스스로 반성했다.
물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북 혁신당은 광역비례대표 1명을 포함한 기초의원 10명과 기초 비례대표 6명 등 총 17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그럼에도 혁신당은 "도민들이 기대하는 변화의 크기에 비해 아직 책임과 역할이 부족했다는 의미"라고 반성했다.
올 6월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겸허히 성찰하며 더욱 낮은 자세로 도민 곁에서 민생을 챙기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성과에는 자만하지 않고 부족함에는 더욱 엄격하게 임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혁신당 도당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독점정치와 견제받지 않는 권력구조에 대한 도민들의 경고이며 전북정치에 새로운 경쟁과 균형을 만들어 달라는 명령"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전북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이제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라 전북의 변화를 실현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의 오만한 독주에 쐬기를 박고 건강한 긴장을 불어넣겠다는 이른바 '메기 역할'은 이제 시작됐다.
전북 혁신당이 26일 전북자치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의회 역사상 비(非)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된 첫 교섭단체를 출범시키며 전북지역 정치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혁신당 전북도당은 "지난 수십년간 견고하게 유지되어 온 전북정치의 기득권 성벽에 마침내 균열이 생겼다"며 "낡은 정치구조를 혁파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혁신당 전북도당은 이와 관련해 전주시의회와 완주군의회에서 각각 공식 교섭단체를 출범시켰다.
우선 전주시의회에서는 '혁신진보시민연대'가 출범한다.
조국혁신당의 경현철, 조우영, 홍대규, 채민석, 이수진 의원, 진보당의 최한별 의원, 그리고 무소속의 양영환, 김현덕, 채영병, 최영심 의원 등 총 10명의 의원이 뜻을 모았다.
일당 독점의 의회구조를 깨고 건강한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겠다는 이들의 결의는 전북의회 역사상 비(非)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한 첫 교섭단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완주군의회의 '주민혁신연대' 출범이다.
조국혁신당의 윤여연, 이효진 의원과 무소속 임귀현 의원이 힘을 합쳤다. 소수의 힘으로 군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온 획일적인 의회운영에서 벗어나 군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대안의회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혁신당 전북도당은 기득권의 정점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의석수를 앞세운 오만한 '일당 독점'과 '의회 사유화'를 즉각 중단하라는 경고이다.
혁신당 전북도당은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미 교섭단체를 구성했음에도 의장단과 상임위원회의 독식을 예고하며 소수파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독선"이라고 주장했다.
전북도당은 또 교섭단체가 없는 지역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섭단체가 존재하는 곳조차 이 모양인데 아예 교섭단체조차 구성되지 않은 지역의 소수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오죽하겠느냐는 것이다.
소수정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의회운영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민의가 왜곡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그동안 전북정치의 일그러진 단면이었다.
민주당은 교섭단체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지방의회에서 소수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의회구성의 원칙을 '독점'에서 '공존'으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는 촉구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해온 독점을 합리적인 의석 배분과 상호존중의 원칙으로 교체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도민의 뜻을 폭넓게 반영하는 대등한 협치를 요구한다"며 "만약 또다시 다수당의 횡포를 강행한다면 전북도민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혁신당의 '메기 역할'은 이제 출발점에 섰다.
전북정치의 낡은 틀을 깨부수고 진정한 지역혁신의 길을 열어갈 것인지, 또다시 민주당의 독주에 묻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인지, 진정한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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