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호남권 대규모 반도체 투자계획을 계기로 "새로운 대형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전북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삼성의 10년전 약속이 최근 전북도민들 사이에 재소환되고 있다.
지역민들은 "신로의 원칙에 따라 삼성이 스스로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할 때"라며 "새만금의 입지여건이 당시보다 확연히 변한 상황에서 반도체 입지측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 '전북 우선 투자' 약속 전말
삼성그룹과 국무총리실, 전북자치도는 지난 2011년 4월 27일 '새만금사업 투자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새만금 지역 11.5 ㎢, 약 350만평 부지에 풍력발전기와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에너지 종합산단'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이었다. 삼성은 당시 최대 23조원의 투자 규모를 제시했다.
1차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7조6000억원을 쏟아붓고 2026년부터 2040년까지 2~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당시 "제조업 분야에 도내 최초의 대형 산단이자 단일 그룹 산단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며 "5만개 이상의 고용창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해를 넘기면서 흐지부지됐다. 급기야 삼성은 2016년에 23조원 투자와 관련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등으로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5년 만에 철회를 선언했다.
지역민에 큰 절망감을 안겼던 삼성은 당시 "새로운 대형 사업을 추진할 때 전북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뒤로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번번이 전북을 비켜갔고 삼성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전북도민 "삼성, 10년전 약속 이행할 시점"
삼성이 호남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검토하면서 전북도민들 사이에서는 10년전 삼성의 약속을 소환하며 "과거의 투자 철회야 어쩔 수 없었다면 당시 제시한 '대체약속'을 이제는 이행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재 전북애향본부 사무처장은 "글로벌 초우량 기업인 삼성이 180만 전북도민에게 약속을 한 사안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이해할 기업의 사회적 신뢰와 경영윤리 차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새만금의 반도체 투자입지도 최적인 만큼 삼성 차원의 약속 이행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정치권에서도 "10년전 삼성의 23조원 투자 철회는 전 도민의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며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겠지만 국가적 과제인 균형발전과 지역사회와 상생협력 차원에서 전향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현재 경기남부와 충청권에 극도로 집중되어 있다"며 "반면에 전북은 국가전략산업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만큼 삼성이 국가대표 기업이라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책무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민들은 최근의 전남 지역 반도체 투자 검토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광주·전남 투자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다만 삼성의 기존 약속이 존재하는 지역은 전북이다"는 입장이다.
광주·전남은 새로운 투자검토지역이지만 전북은 과거 투자철회에 따른 '신뢰회복 대상지역'이라는 차별성이 있다는 논리이다.
새만금, 반도체 입지 경쟁력 탁월
반도체 입지측면에서도 새만금은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시설은 최첨단 메모리 팹보다는 패키징·후공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전북은 넓은 부지와 저렴한 용지 비용, 재생에너지 공급, 향후 확장성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만금 국가산단은 국내 최대 규모 산업단지 중 하나로 향후 증설을 위한 확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또 수도권이나 충청권 산단에 용지 가격이 아주 낮은 등 초기 투자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력 공급 여건이나 용수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은 서남해안 재생에너지 집적지와 연계되어 있으며 대규모 전력공급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기업들이 새만금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전력 확보 가능성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와 장비는 수출입 비중이 높다.
새만금은 서해안 물류 거점으로서 항만과 철도, 공항 인프라 구축이 추진되고 있어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전북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산단 조성 완료, 재생에너지 집적지 구축, 대규모 산업용지 확보, 항만·공항·철도 인프라 추진 등 삼성이 철회할 10년전의 입지 한계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삼성 차원에서 재검토할 객관적 조건이 갖춰진 만큼 이제 전북 반도체 시대를 삼성이 직접 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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