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와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시민교육 프로그램 '전주문화경제학'이 지역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민선 9기 도정의 핵심 철학인 '내발적 발전론'을 시민교육으로 구현한 첫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과정은 기존 지역학이 역사와 문화 중심에 머물렀던 한계를 넘어 문화와 산업, 과거와 미래를 함께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학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직접 강의를 맡은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은 "지역의 미래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 있는 자산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황 학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내발적 발전은 외부 기업 유치나 예산 확보에만 의존하는 발전전략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산업과 인재, 공동체의 힘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전략"이라며 "30여 년간 지역을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은 자기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이 결국 가장 잘 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북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역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안타깝게도 전북은 지역의 문화적 가치뿐 아니라 산업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권과 정책결정자들의 지역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지역의 문화와 산업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황 학장은 전북을 바라보는 기존의 '낙후·소외 지역' 프레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긴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전북과 호남은 결코 변방이 아니었다"며 "수도작 농경문화가 시작된 이후 약 120여 년 전까지 호남은 한반도의 문화경제적 수도권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날 서울이 가진 문화적·경제적 위상을 오랫동안 호남이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전북은 문화와 경제, 인재와 기술이 집적되고 확산되던 중심지였다"고 설명했다.
황 학장은 동학농민혁명 역시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학농민혁명은 단순한 농민운동이 아니라 새로운 민주적 질서를 만들고자 했던 가장 용기 있는 사람들의 도전이었습니다. 전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사람들의 땅입니다."
그는 또 전북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 문화유산을 지켜낸 지역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임진왜란 당시 전주사고에 보관되던 조선왕조실록과 고려사, 고려사절요를 지켜낸 기록문화의 역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입니다. 전북은 문화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꿈꾸었던 지역이며 국가의 기억을 지켜낸 지역입니다."
황 학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주문화경제학을 기존 지역학과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지역학이 역사와 문화에 집중했다면 전주문화경제학은 민주유산과 기록문화유산은 물론 음식문화, 도시브랜드, 전주·완주 발전전략, 푸드산업, 혁신도시 공공기관,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을 함께 다룬다.
그는 "과거의 역사와 문화만 배우는 지역학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의 문화와 산업을 함께 배우는 지역학"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교육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전주문화경제학 1'은 이론 중심 과정으로 민주유산과 기록문화유산, 푸드산업, 전주·완주 발전전략, 혁신도시 공공기관 등을 학습하며 지역의 문화적·산업적 자산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전주문화경제학 2'는 현장 중심 심화과정으로 민주유산과 기록문화유산 현장을 직접 방문해 스토리텔링과 해설 역량을 익히게 된다.
황 학장은 교육의 최종 목표를 시민 참여형 지역정책 모델 구축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마지막에는 '전주시민, 전주의 미래를 말하다' 발표회가 열린다. 수강생들이 직접 전주의 발전 전략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교육은 배우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시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문 도슨트 양성 계획도 제시했다.
황 학장은 민주유산 해설사, 기록문화유산 해설사, 혁신도시 산업관광 가이드 과정을 운영해 전북의 역사와 문화, 산업을 설명할 수 있는 시민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주문화경제학은 단순한 시민강좌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해설하고 산업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전문 도슨트를 육성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본 이시카와현을 주제로 한 해외 지역학 과목도 운영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의 자매결연 지역인 이시카와현의 정책과 관광, 지역발전 사례를 연구하고 현지 발표까지 준비하는 프로그램이다.
황 학장은 "이제 지역학은 우리 지역만 알아서는 안 된다"며 "전북을 이해하고 일본의 지역을 이해하며 서로의 강점을 배우는 국제적 지역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전주문화경제학의 비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반도의 문화경제를 이끌었던 지역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지역이었고 국가의 소중한 기록을 지켜낸 지역이었습니다. 이제 전북의 미래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자산을 다시 발견하고 연결하는 데 있습니다. 시민들이 지역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내발적 발전의 출발점입니다."
■ 황태규 학장은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문가이자 전북지역학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위원을 시작으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신활력사업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 설계에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을 지내며 혁신도시 시즌2와 지역혁신정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문화체육관광 분야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지역의 시간』, 『장수군의 비밀』, 『전북지역의 이해』, 『새만금지역관광론』, 『혁신도시의 이해』 등이 있으며, 20여 개 이상의 지역학 과목을 개설·운영해 왔다.
또한 지난 14년간 대학생 지역정책 참여 프로그램인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를 운영하며 현장 참여형 지역학 교육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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