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던 극한의 생존 시뮬레이터: <캐주얼티즈: 언노운>

[게임필리아] <캐주얼티즈: 언노운>

2026년 4월 20일, 개발자 오스닉스(Orsoniks)는 인디 생존 탐험 게임 <캐주얼티즈: 언노운 (Casualties: Unknown)>의 데모 버전을 스팀에 출시했다.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을 구매한 후 피드백을 제공하여 플레이어가 개발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앞서 해보기(Early Access)'조차 아닌, 완전 무료로 모두가 플레이해 볼 수 있는 데모임에도 <캐주얼티즈: 언노운>은 정식 출시된 웬만한 게임들보다 벌써 훨씬 충만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총 열한 개의 맵과 세 명의 캐릭터가 계획되어 있는 와중 오직 다섯 맵과 한 명의 캐릭터만이 플레이 가능하지만, 결코 미완성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캐주얼티즈: 언노운>이 이미 하나의 독보적이며 독자적인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사실상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시스템은 기존의 생존 게임들에서 사용되어 왔던 서로 다른 장치들의 집대성이기도 하고, 또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시도들이 펼쳐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위태로운 신체의 치밀한 구현

▲<캐주얼티즈: 언노운> 게임플레이 장면. ⓒ오스닉스

본래 <스캐브 프로토타입 (Scav Prototype)>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가 개발 도중 <캐주얼티즈: 언노운>이란 이름으로 변경된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외계 행성의 동굴을 파 내려가는 게임이다. 주인공은 생체 실험으로 만들어진 수인(獸人)으로, 여우와 쥐, 인간의 합성체이다. 알 수 없는 미래 시간대에 주인공 실험체를 만들어낸 한 기업은 외계 행성 지하에 중요한 실험적 기술을 유실했다. 그리고 기업은 실험체의 추가적인 행동 연구를 시행할 겸 해당 기술을 회수하는 임무에 수천 명의 실험체 표본을 투입한다. 실험체들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맨몸으로 행성에 떨어졌고, 기술과 함께 지하에 떨어진 화물, 그리고 지역 생태계를 알아서 노획해 살아남아야만 한다. 기술을 회수하지 않고 지상으로 다시 기어 올라가 탈출하는 건 선택지 바깥이다. 과학자들이 실험체의 머리에 칩을 심어, 실험체가 위로 올라가려 하거나 시간 내에 내려가지 않을 경우 치사량의 방사능을 조사하기 때문이다. <캐주얼티즈: 언노운>, 즉 "사상자 수: 알 수 없음"이란 제목은 이 외계 행성의 어둠 속에 갇힌 실험체가 되어 헤아릴 수 없이 죽어갈 플레이어의 운명을 가리킨다.

<캐주얼티즈: 언노운>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이 가혹한 환경이 주인공의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으로, 극도로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건강 시스템이다. 생존 게임 장르의 선구자격인 <데이즈 (DayZ)> (2013)가 출혈, 골절, 저체온증, 질병 등 상세한 건강 상태를 대표적으로 도입했고, 이를 <스컴 (SCUM)> (2018)이 계승해 체내 식이섬유와 탄수화물 함량까지 계산하는 아주 상세한 신진대사를 구현했다. <캐주얼티즈: 언노운>은 이러한 계보를 이어받아 심혈관계의 생생한 재현으로 가지를 뻗어나갔다. 뇌 건강부터 허파 내 공기량, 맥박, 혈중 산소포화도, 혈액 점도, 면역력까지의 복잡한 요소들이 전부 쉼 없이 치밀하게 계산되며, 특히 이들의 상호 관계가 생명을 판가름한다. 예를 들어 저체온증에 걸렸을 시 단순히 추워서 죽는다라는 귀결로 바로 향하는 게 아니라, 혈압이 증가하고 호흡이 느려지며 결국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다 부정맥을 일으키게 된다. 이 상태에서 심장의 제세동을 행하지 않으면 심장이 멈추게 되고, 궁극적으로 죽음을 결정하는 건 뇌로 향하는 혈류가 차단되어 완전한 뇌 기능의 정지를 맞게 되는 순간이다.

<캐주얼티즈: 언노운>은 신체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의 상태도 세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몸의 안팎도 또한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프로젝트 좀보이드 (Project Zomboid)> (2013)가 신체 부위별 손상 정도를 구현했었고 여기엔 상처의 깊이나 감염, 출혈, 골절 등의 체계가 포함된다. <캐주얼티즈: 언노운>은 이를 발전시켜 피부와 근육의 손상 정도를 개별적으로 계산한다. 피부의 손상은 고통과 감염 여부를 결정하고, 그 아래 근육까지 손상되면 손이든 다리든 해당 부위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출혈은 말할 것도 없이 심장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결국 감염에 취약해지게 만든다. 감염은 부위의 회복을 늦추고 나중엔 패혈증으로 발전해 호흡을 방해하고 산소포화도를 낮추며 결국 심장 마비, 뇌 손상을 일으킨다.

▲<캐주얼티즈: 언노운> 게임플레이 장면. ⓒ오스닉스

이러한 건강 체계에 <캐주얼티즈: 언노운>이 독자적으로 도입한 또 하나의 시스템은 바로 치료 과정이다. <데이즈>든 <스컴>이든 <프로젝트 좀보이드>든, 치료는 아이템 사용 버튼을 누르는 행위 하나로 간단히 일어나고 끽해야 어느 부위를 치료할지 결정하는 정도로만 세부화되었지만, <캐주얼티즈: 언노운>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치료 동작을 직접 실행하도록 만든다. 출혈을 막으려면 플레이어는 붕대를 마우스로 집어 직접 돌돌 감아야 하며, 몸에 박힌 파편도 하나하나 뽑아야 하고 탈골된 뼈도 때려서 맞춰야 한다. 문제는 파편 제거와 탈골 치료의 경우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고통 정도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 고통은 주인공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치며 심하면 기절에까지 이르게 된다.

▲<캐주얼티즈: 언노운> 게임플레이 장면. 플레이어는 탈골된 뼈를 맞춰야 하고, 이 과정에서 캐릭터의 고통을 생생하게 실감한다. ⓒ오스닉스

선연하게 전달되는 고통의 경험

생존 게임에서 정신력 시스템은 <돈 스타브 (Don’t Starve)>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돈 스타브>에서 주인공은 정신 건강이 나빠지면 헛것을 보게 되고 이 헛것들에 공격 받아 생명에 위협이 일어난다. <캐주얼티즈: 언노운>에서 정신 건강은 순수하게 내적 요소로 구현된다. 기분이 저하되면 주인공은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는 살 가치가 없어" 등의 대사를 뱉으며 무기력 상태에 빠져 플레이어가 조작을 해도 해당 행동을 따르지 않게 된다. 특히 출혈 상태에서 붕대 감기를 거부하거나 적과의 전투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부정맥 상태에서 아미오다론 투여를 거절한다면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이 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러한 건강 이상 상태들은 또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우울증이 심해지면 주인공은 자해를 하게 되는데, 발톱으로 몸을 긋는 이 행동 또한 플레이어가 직접 실행해야 한다. 자해 화면이 떴을 시 다른 행동은 불가능하며 마우스를 여러 번 클릭해 피를 내지 않으면 화면이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상태가 더 심각해지면 주인공은 자신의 눈을 뽑거나 아예 자살하기까지 한다.

정신 건강이 천천히 나빠지고 있다면 신체 이상을 회복하거나 잘 먹고 잘 자는 등 건강 관리만 수월히 해 줘도 저절로 기분이 돌아오지만, 외계 행성의 혹독한 환경에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세계 전쟁이 끝난 이후 지구에서 행성으로 무기를 대량 폐기해 현재 지하에는 지뢰, 터렛, 음향 포탑, 전기 코일 등 온갖 치명적 함정들이 산재해 있다. 지뢰를 밟았다간 아예 신체 부위를 결손하거나 못해도 온몸에 파편이 박혀 너덜너덜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음향 포탑에 스치는 것만으로 청력 손실, 뇌진탕, 내출혈 등을 일으키게 된다. 더군다나 함정들이 한데 몰려 있는 경우도 많아 지뢰를 밟고 나가떨어진 곳에서 머리에 음향 포탑을 맞고 또 다시 굴러떨어져 철조망에 몸이 꿰이는 웃지 못할 참사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가장 비참한 죽음은 이러한 요란한 사고보다도, 땅을 파다 숨이 찬 채로 미끄러져 물에 빠져 기어 나올 힘이 없는 상태에서 허우적거리다 천천히 익사하는 것이다(식단 관리에 실패해서 고혈압일 시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그러니 끊임없이 넘어지고 구르고, 찢어지며 터지며, 폐에 찬 피를 토해 가면서까지 아래로 스스로의 무덤을 파 내려가야 하는 이 상황에서 기분이 악화되지 않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급박하게 기분을 회복하지 않으면 죽음을 맞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항우울제나 아편계 약물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약물 등은 의존 증상을 일으키게 되며, 날록손 등으로 중독을 치료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더 큰 위험이 된다. 그럼에도 턱이 날아가고 온몸의 뼈가 부러진 채 파편이 박힌, 더 이상 생존 가능성 없이 고통만 받는 상황에 이르면 많은 플레이어들은 펜타닐 과다 투여로 주인공을 안락사시키는 방법을 택한다.

▲<캐주얼티즈: 언노운> 게임플레이 장면. ⓒ오스닉스

지금까지 언급한 여타 생존 게임들에 비해 <캐주얼티즈: 언노운>을 가장 차별화하는 혁신의 요소는 바로 이 게임이 첨예하게 시뮬레이션하는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상태를 극도로 생생하게 표현해 플레이어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캐주얼티즈: 언노운>은 생존의 갈림길 앞 극단적 상황을 그리고 있음에도 고통의 표현을 단순히 시각적으로 잔인하거나 노골적인 묘사에 위임하지 않는다. 이는 게임 오버 화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플레이어는 어두워서 형체를 제대로 판가름할 수조차 없는 화면 속 피사체가 아마 실험체의 시체일 것이라고 불길하게 예감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대신 이 게임은 끔찍한 절망의 경험을 작은 도트 픽셀들의 섬세한 표현과 움직임, 소리, 대사, 화면 효과 등의 치밀하고 총체적인 연출로 구성해 그 감각으로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기절이나 뇌 손상 등이 발생하면 섬광탄에 맞는 것처럼 화면의 흔들리는 번쩍임과 고음의 음향이 발생해 마치 뇌엽절제술을 당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해 주고, 조작은 좌우반전되며, 주인공은 횡설수설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머리를 다쳤을 땐 물건을 식별할 수 없게 되는데, 손에 있는 약이 제발 바소프레신(저혈압약)이 아니라 니트로프루시드 나트륨(고혈압약)이길 바라며 주사하지만, 둘 다 아니고 혈액응고제라서 폐색전증에 걸리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충격과 혼란의 삽화를 구성적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고통이 심해지면 주인공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개과 동물의 낑낑거리며 신음하는 소리를 내고, 우울증에 걸리면 화면이 어두워지며 처참한 원망과 저주를 대사로 내뱉는다. 몸에 박힌 파편을 뽑고 탈골된 뼈를 맞출 때 플레이어의 마우스 조작 하나하나에 반응해 주인공이 몸부림치는 걸 마주하면 자연스레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다.

다쳤을 때 붉은 피 대신 노란 피를 흘리는 가상의 생명체 속으로 들어가 그의 가장 절박한 입장에 서보는 경험은 감수성의 확장이란 잠재력을 지닌다. <캐주얼티즈: 언노운>은 3인칭 게임임에도 고통을 묘사하는 데 이 게임이 취하는 관점은 전혀 오락적이거나 관음적인 접근이라 할 수 없다. 이 게임의 연출을 대면하는 플레이어는 주인공과 분리되어 그의 경험을 외부자적 입장에서 관찰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찡그림, 털의 곤두섬, 내장이 뒤틀리는 소름, 아찔함, 즉 말마따나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아픈 신체적 감각을 통제할 수 없이 겪게 된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고통의 묘사에 무정하더라도 그는 실험체를 경유해서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에, 부상과 충격으로 점차 조작 불능에 빠져 가는 경험에서 신체의 실패라는 감각을 수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캐주얼티즈: 언노운>이 제공하는 몰입 경험은 마찬가지로 단순히 불우한 어떤 생명체에 대한 타자적 연민을 넘어서, 불특정한 육체적 감수성을 일깨운다.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국한된 이입이나 공감 능력이 아니라, 존재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감각의 가능성을 꾀한다.

▲<캐주얼티즈: 언노운> 게임플레이 장면. ⓒ오스닉스

영이

폭력과 고통, 분열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 『정서 지도 그리기』, 『밑 빠진 독(毒)에 물 붓기』, 『월간 종이』 등을 제작하였으며, 연극 「오페라 샬로트로니크」와 「벼개가 된 사나히」에서 드라마터지를 맡았다. 2023년 제2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에서 「게임과 행위 원리: 놀이와 협박」으로 수상했으며, 웹진 『연극in』에 비평을 게재했고 『게임제너레이션』 등에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호르몬 일지』와 『게임 코러스』를 썼고, 『미친, 사랑의 노래』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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