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합인가 논공행상인가…박용선 포항시정 첫 단추가 흔들린다

“박용선 포항시장 당선인은 특정 정치인의 하수인도, 특정 세력의 대리인도 아니다”

포항시장 선거 공신·정치권 인사 중심 인수위 논란 확산

시민들은 ‘시장이 아닌 누가 시정을 움직이느냐’를 지켜보고 있다

‘자리 정치’ 그림자 드리운 인수위…박용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인수위는 시정 준비 조직이지 정치적 권력기관 아니다”

“줄서기와 눈치 보기 조짐은 새 시정 출범 전부터 동력 약화 시킬 것”

6·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새로운 지자체장이 탄생하면 시민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곳은 인수위원회다.

인수위는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다. 향후 4년 시정의 방향과 운영 기조를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다. 그래서 인수위 구성과 초기 인선은 곧 당선인의 시정 철학을 드러내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박용선 경북 포항시장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를 둘러싼 최근 지역사회의 논란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선을 두고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국민의힘 당협 관계자. 선거에 관여했거나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사들이 인수위 핵심을 맡게 되면서 “결국 선거에 나섰던 사람들끼리 시정을 나눠 갖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함께한 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하는 것은 전국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당선인의 철학과 공약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바라보는 것은 정당성이 아니다. 시민들은 인수위 명단이 던지는 정치적 신호를 보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지역 정가에 떠돌기 시작한 각종 ‘자리설’이다. 정무라인, 산하기관장, 인수위 주요 보직을 둘러싼 하마평이 난무하면서 시민들의 기대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먼저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이야기가 선거기간 내내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일부 인수위원들이 시정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말이 공직사회 내부에서 회자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인수위는 시정을 준비하는 조직이지 시정을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다. 인수위원은 선출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이 인수위원의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고 줄서기를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새 시정은 출범도 하기 전에 동력을 잃게 된다.

박용선 당선인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가장 강조했던 가치는 ‘대통합’이었다. 이번 포항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경선부터 본선까지 적지 않은 갈등과 경쟁 속에서 치러졌다. 시민들이 박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승자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의 정치다.

그렇다면 인수위와 첫 인선 역시 통합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선거 공신 중심의 구조로 비쳐서는 안 된다. 전문성과 객관성, 시민 대표성이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

특히 박용선 당선인은 이제 특정 정치인의 하수인도, 특정 세력의 대리인도 아니다. 50만 포항시민이 선택한 포항시장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시장은 누군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시장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시장이다. 성과가 나면 공은 시장에게 돌아가고 실패하면 책임은 시장이 짊어져야 한다. 인수위원도, 정치 선배도, 선거 공신도 그 책임을 대신 져주지 않는다.

결국 박용선 시정의 성공과 실패는 오롯이 박용선 시장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논공행상'이 아니라 '능력과 신뢰'다. 정치적 부채를 자리로 갚으려는 순간 시정은 거래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부채는 사람이 아니라 일로 갚아야 한다.

포항은 지금 철강산업 침체와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지역경제 위축, 영일만항 활성화, 이차전지 산업 육성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누가 어느 자리를 맡느냐가 아니다. 포항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도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의 문제다. 시민들이 박용선 시정을 얼마나 믿고 지켜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인수위는 한시적 조직이지만 시민들에게 남기는 첫인상은 오래간다. 첫 단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용선 당선인이 시민들의 우려를 겸허히 듣고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시정 운영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면 지금의 논란은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시민들의 평가는 시작됐다. 박용선 시정의 첫 시험대는 인수위원회 자체가 아니다. 그 인수위원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있다.

프레시안 대경취재본부 오주호 기자

오주호

대구경북취재본부 오주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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