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6명 시골학교에 학폭 가해자 전학… 교육청 "초등 시절 피해 몰랐다, 재심의 추진"

학부모들 "피해 학생 5명인데 한 교실 배치라니" 공동 탄원서 제출 …교육청 "피해 사실 인지 못 해"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교육청 전경ⓒ프레시안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전학 처분을 두고 교육당국이 현장 조사를 소홀히 한 채 기계적인 행정 처리를 해 2차 피해를 양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교생이 16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에 가해 학생이 배정될 위기에서 이미 과거부터 피해를 입어온 재학생들과 다시 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처지가 될뻔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당국은 피해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즉시 재심의 절차를 밟아 전학 배정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북 A중학교 재학생과 학부모 등은 최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결정에 따라 추진 중인 학폭 가해 학생의 전학 배정 결정을 재검토해달라는 내용의 '학부모 공동 탄원서'를 고창교육지원청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제출했다.

학부모들은 탄원서를 통해 교육당국의 이번 전학 배정이 "학교의 현실과 재학생들의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매우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A중은 전교생이 16명인 작은 규모의 학교다. 그러나 이번에 전학이 결정된 가해 학생으로 인해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직·간접적인 피해를 경험하고 고통받는 재학생이 무려 5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학교의 특성상 학폭 사안이 학생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음에도, 교육당국이 현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이 사실상 매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다.

학부모들은 "우리 학교는 규모상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공간적·일상적 분리가 사실상 불가하다"며 "교실, 복도, 급식 시간, 쉬는 시간, 등하교 과정 등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같은 공간 안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환경적 조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동일 학급에 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은 "학폭 피해 학생들은 사건 이후에도 극심한 불안과 심리적 트라우마를 안고 생활하며 겨우 안전하다고 믿는 환경 속에서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가해 학생이 같은 공간, 같은 교실 안에 다시 들어오는 순간 어렵게 쌓아온 안정감과 회복 과정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등교 거부, 불안장애, 우울감 등 심각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가해 학생을 피해 도망치듯 학교를 옮긴 피해 학생들이 머무는 학교에 다시 가해 학생을 보내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고창교육지원청 측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학부모 면담을 마친 고창교육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피해 학생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입었던 구체적인 피해 사실까지는 미처 알지 못한 채 1차 위원회 회의에서 전학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2차 위원회를 열어 이번 전학 배정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용관

전북취재본부 박용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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