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의 최고 권위를 갖는 기록은 ‘왕조실록’이다.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선왕대에 있었던 일들을 추리고 추려서 엮어낸 실록은 그 왕조를 이루는 역사의 큰 줄기가 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시대에 최고 권위를 갖는 기록은 무엇일까. 물론 국가가 생산해 낸 공식적인 문서도 있을 것이고 언론사가 당시를 기록한 기사도 그 나름의 권위를 가질테다.
평생을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교장으로 퇴직해 지금은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인문학자이자 문학가의 길을 걷고 있는 만은(晩隱) 김종원 작가는 “민주주의시대는 국민이 주인이며 국민이 임금인 시대로 왕조실록처럼 백성들 삶의 기록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덧붙여 “온 국민이 자서전을 집필하고 전기(傳記)를 출판할 때라야 진정한 현대사가 되고 문명사가 창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이러한 바람을 최근 펴낸 『1917년생 화동 김은철 삶과 현대사』라는 책을 통해서 실현했다.
화동(和洞) 김은철(1917~1979)은 작가의 선친이다. 일제강점기에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60여년을 살아온 동안 굴곡진 현대사를 직간접으로 체험했으며 주경야독을 삶 속에서 실천해 후세에 귀감이 되었다.
작가는 선친의 평생을 씨줄로 삼고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날줄로 삼아 교차해 직물을 짜듯이 760쪽의 단행본을 엮어냈다.
작가는 책머리글을 통해 “(선친은)나라를 빼앗긴 일제침략기인 1917년에 전북 장수군 산서면 산골 사창마을 부안김씨 집안에서 4남2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나 맨주먹으로 시작해 처자식을 건사하여 화동가문을 만들었다. 광복과 미군정, 대한민국정부수립, 6·25한국전쟁 등 현대사의 격변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히 근면 성실로 채우면서 태산처럼 제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자연과 같은 삶이었다”며 “평생을 일찍자고 새벽 4시면 일어나 사서삼경 경서를 강독하고, 소죽을 끓이고, 아들딸 7남매를 일찍 깨워 근면 성실하도록 장성하게 키워 사회의 훌륭한 역군으로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작가는 선생의 가족사를 한국의 현대사와 결부시켜 한 개인의 삶이 국가의 역사와 별개로 이뤄지지 않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민주주의 시대 개인의 삶 또한 현대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작가의 공로를 인정했음인지 사단법인 한국문학협회(이사장 박종래)는 상을 제정한 지 20년만에 세 번째로 지난 3월 ‘베스트 작가 대상’으로 선정해 시상했다.
김종원 작가는 당시 수상소감에서 “나라의 근본은 국민이며 그만큼 평범한 국민 삶의 기록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역사를 보는 새로운 혜안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더욱 정진하여 더 좋은 저서를 집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저술 활동에 더 한층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작가는 1949년 전북 장수 출생으로 연세대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에서 석사를 받았으며 서울특별시 중등 국어교사와 장학사, 연구사를 거쳐 경동고 교장 등을 역임한 뒤 정년퇴임했다.
이후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부이사장, 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성동문학」을 창간하고 「한국시조문학」 주간을 역임했다. 시집 「당신을 알고부터」 등 6권, 선현문집인 담허재 김지백의 「담허재집(澹虛齋集)」, 명은 김수민의 「명은집(明隱集)」 영인 발간, 저서 「김구시문연구(金坵詩文硏究)」, 「뿌리 찾아 삼만 리」 등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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