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매우 어렵던 시절에 160개국을 여행하고 기행문을 남긴 김찬삼(1926~2003) 교수는 한국의 원조 세계여행가이다. 1958년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한 그는 세 차례의 세계일주, 20여 차례의 세계 테마여행, 1000여 개 도시를 방문했다.
그가 쓴 기행문은 신문, 잡지에 연재됐고 이를 묶어 《김찬삼의 세계여행》이란 책으로 출간됐다. 숱한 소년소녀들이 이를 읽고 더 넓은 세계를 향한 꿈을 꾸었다.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슈바이처 박사를 직접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찬삼이 40년 동안 여행한 총 거리는 지구를 32바퀴나 돌 정도였다. 이 책은 김찬삼이 ‘여행가’로 성장하기까지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이야기다.
어린 찬삼은 부둣가에서 배와 사람, 냄새와 소리를 통해 세상의 넓이를 처음으로 체감한다.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수많은 길이 이어지는 출입문이었고, 그는 그곳에서 “세상은 넓고, 내 두 다리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품는다. 이때 아버지의 말은 중요한 씨앗이 된다. 세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자신의 다리로 그 길을 만나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형의 죽음은 찬삼의 삶에 깊은 전환점을 만든다. 자전거로 전국을 여행하던 형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형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신이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며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 나간다.
성장하여 지리 교사가 된 김찬삼은 학생들과 함께 ‘살아 있는 지리’를 나누려 한다. 울릉도와 독도 탐방 같은 실천적 경험은 그가 이론이 아닌 체험을 중시하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결국 그의 시선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 인천 바다에서 시작된 꿈, 아버지에게서 배운 걸음, 형에게서 이어받은 약속, 책과 지도에서 키운 상상력은 하나로 그는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이를 세계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철저히 준비를 마치고 여행길에 오르며, 혹시 모를 죽음을 대비해 유서까지 남길 정도로 각오를 다졌다.
동화작가 박상재의 장편 아동청소년 소설 『길에서 길을 배우다』(도담소리)는 여행가 김찬삼의 삶을 바탕으로 한 아동청소년 성장 서사이면서,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인물 이야기이다. 단순한 위인전이나 여행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길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삶의 태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교육적·문학적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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