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가만히 있더니"… 정동영, 국힘의 '뒷북' 기밀 유출 주장에 "지나친 정략"

28년 전 <조선>도 구성 핵 시설 보도…鄭 "북도 알고 우리도 알고 미국도 아는데 기밀? 뉴스에 나온 것도 기밀인가"

정동영 장관의 핵 시설 언급으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중단됐다는 보도 이후 야당으로부터 정 장관 경질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정 장관은 이미 공개가 된 핵 시설 언급이 어떻게 한미 간 기밀이 될 수 있는 것이냐면서, 지난해에도 아무 이의가 없다가 이제와 공세를 펴는 것은 지나친 정략이라고 일갈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제16대 대표회장인 박인준 천도교 교령 천도교 교령을 만난 이후 정 장관은 취재진에게 "그 지명(구성)은 북도 알고 우리도 알고 미국도 아는데 그것이 어떻게 기밀인가? 뉴스에 나온 것도 기밀인가"라며 "이것은 지나친 정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9달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발언했는데 그 때 국민의힘 의원 누구도 이의제기한 사람 없었다. 이번에 3월 6일 외통위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왜 그 때는 가만히 있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정 장관은 이전에도 북한의 구성 지방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14일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구성과 강선 등 네 군데 우라늄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이미 추출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나"라고 언급했었다.

지난달 6일에도 정 장관은 "지금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고,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인데 비해 북의 우라늄 농축은 90% 무기급 우라늄이다. 대통령 말의 핵심은 일단 이것을 중단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해 이전과 유사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

당시 야당을 비롯해 정부 내에서도 이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시일이 한참 지난 최근 이 발언을 구실로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사퇴 및 경질 공세가 벌어지는데 대해 정 장관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 의도가 있겠지"라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미국일 수도 있고 우리 내부일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앞서 19일 <한겨레>는 '여권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제공하는 대북 정보가) 하루에 50~100장씩 쌓이는데, 현재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각한 문제"라며 정 장관의 발언으로 한미 정보 공유가 중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날 신문은 "미국은 이달 초 대북 정보 공유 축소 방침을 한국에 전달하며 정동영 장관 발언을 포함해 4~5개가량의 사유를 언급했다고 한다. 미국은 정 장관 발언은 마지막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만으로 정보 공유가 중단된 것이 아니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과거에도 미국의 정보 공유 중단이 있었으나 이렇게 공개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초유의 사태"라면서 "중동 전쟁이 아슬아슬하고 대내외로 엄중한 상황 속에서 이런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명을 감추는 것이 국익인가? 왜 지명을 감춰야 하나? 10년 전부터 수많은 연구기관의 전문가들, 심지어 미 의회 보고서에도 언급이 된 지명이 무슨 기밀인가"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 수운회관에서 박인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2016년 7월 22일 KBS는 "21일(현지시간) ISIS(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공개한 옛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 장소"가 있다면서 "이 시설은 핵단지가 있는 평안북도 영변에서 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장군대산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장군대산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과 가까운 곳으로, 옛 농축시설로 추정된 장소는 북한의 무인기 생산공장으로 알려진 방현항공기공장 자리에 위치해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지난 2025년 4월 22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구성시에 속해있는 용덕동에 핵 고폭 시험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CSIS가 "구성 핵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한 번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CSIS가 작성한 위 보고서에 구성 관련 언급이 나온 것이 발견되자 "고성능 폭약 기폭 장치"에 대해 기술한 것이지 농축 활동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구성시에 속하는 용덕동이 "1998년 11월 22일 용덕동 고성능 폭약 핵실험 시설로 밝혀진 곳이라고 묘사하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언급돼 있다. 또 해당 시설이 영변 원자력 연구소를 이어 "잠재적으로 포신형(gun-type) 고농축 우라늄 설계의 시험을 수행하는 주요 장소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조선일보>의 보도에서도 확인됐던 부분이다. 1998년 11월 22일은 신문은 "2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작년 초 첩보위성 등을 통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금창리 지하 핵의혹시설에서 남동쪽으로 10여㎞, 영변 핵시설에서 북서쪽으로 30여㎞ 떨어진 평북 구성시 인근지역에 고폭 실험장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지금까지 수차례의 고폭실험 흔적을 포착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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