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중동 위기, 거대한 폭풍우…'빚 없는 추경' 초당적 협력을"

"중동 전쟁으로 예상 밖 복합 위기…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을 갖고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야기한 중차대한 위기 앞에 우리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면서 재정건전성 우려에는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지역 우대원칙에 따라 1인당 기본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며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지역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고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현재 조성된 위기는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 그래서 더욱 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코스피 지수 5000 돌파에 이어 우리 경제가 다시금 비상할 기회를 맞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해 예상 밖의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이어 "석유공급 차질로 휘발유, 경유 가격이 급등했고 나프타, 요소 등의 원재료 부족은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과 비료 생산 등 광범위한 민생 현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하고도 단단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과거의 위기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 선제 대응이 늦을수록 우리 경제와 국민이 입은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경제 전반과 국민 일상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살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 편성 기조에 대해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아래 마련했다"며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께서 필요로 하는 곳에 적기에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 2000억 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 원을 활용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도착한 국회에서 사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여 국민들의 부담을 덜겠다", "고유가에 직접 노출된 저소득층과 농어민 등 취약부문에 대한 에너지 복지 지원도 강화하겠다"며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비롯 유가 연동 보조금, 대중교통 환급률 확대 등을 언급했다.

이어 "어려운 민생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리기 위해 2조 8000억 원 규모의 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했다"며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두 배 확대해 적어도 먹을 것이 없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체불임금 청산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규모를 대폭 늘려 노동자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혹시 모를 급격한 고용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지역을 추가 확대하여,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지역을 폭넓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계층과 세대, 산업 모든 부문에 걸쳐 격차가 커지는 K자형 양극화 문제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며, 청년 세대의 일자리 정책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K-뉴딜 아카데미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농축수산물 할인과 공연, 휴가, 숙박, 영화 등 문화 분야에 대한 할인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 안보와 직결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2조 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며 수출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과, 재생에너지 융자 보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석유와 핵심전략 자원의 안정적 공급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며 "석유 화학산업의 쌀인 나프타 수급과 석유 비축 지원 확대로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유가 정보 공개와 철저한 불법행위 감시를 통해 공정한 석유 유통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정부도 위기 극복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등 지방의 투자재원 9조 5000억 원을 보강하여 지방정부의 위기 극복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여야를 향해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 이번 예산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국가적 위기 앞에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자"고 했다.

이어 국민들을 향해서도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만큼 긴 안목과 호흡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고,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며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해질 때 위기의 터널을 안전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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