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 '근로자도 아니고, 사장님도 아닌' 노동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택배기사와 음식 배달원부터 플랫폼에서 찾아 손쉽게 집으로 부를 수 있는 가사⋅돌봄 노동자,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을 바꾸거나 전산시스템을 손 볼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IT 개발자, 퇴근 후 여가 시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툰⋅웹소설 작가들까지. 이 많은 일하는 사람들은 근로자라기에는 고용계약 아래 있지 않지만, 사장님이라고 하기에는 일의 가격과 절차에 대한 결정권이 제한적이고 대개 다른 사업자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프리랜서의 사회적 권리와 '일하는 사람법'의 취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은 현재 우리 사회의 작동을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겪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는 부실하다. 이들은 계약상 독립적 계약자이기에 근로기준법 등 노동권을 보호하는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통한 실업과 산재에 대한 보호도 일부 직종에만 제한되어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는 가입할 수 있지만 지역가입자로서 사업주 기여 없이 홀로 보험료를 부담하며, 국민연금에서는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훗날의 연금급여가 제한되는 납부예외 상태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사회보험 중심의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는 주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에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법적으로 근로자는 아닌'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크다.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사회적 권리의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이하 '일하는 사람법')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 고용계약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법이다. 현재 여야의 여러 의원들이 법안들을 발의한 상황이며, 고용노동부는 이 법을 노동절까지 입법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하는 사람법은 기본법이기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법으로서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일하는 사람", 즉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일터에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를 받는 사람"(이용우 의원안, 의안번호 2205101 기준)이다. 현재 제출된 다른 법안들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라고 명기되어 있어 이 정의에 비해 범위가 좁다. 여기에서는 이용우 의원안의 더 넓은 정의의 타당성이 높다고 보아 이 정의를 인용하였다.
의 일터에서의 권리와 그에 대응하는 사업주 및 국가의 책임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권리 보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일하는 사람법과 보편적 사회보장의 권리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개별법으로 규정되어 있기에 꼭 일하는 사람법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각각의 법률에서 적용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보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굳이 일하는 사람법이 아니라도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서 이미 일부 직종의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일하는 사람법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사람법이 제정된다면 사회적 권리보장의 확대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어떤 집단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대상을 규정해야 한다. 현재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노무제공자'로 그 대상을 정의하고 있는데 노무제공자는 '근로자가 아니면서'를 전제하고, '직종의 제한'을 규정하며, 사업주와의 특정한 계약방식을 조건으로 하여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일하는 사람법의 일하는 사람 정의는 직종에 무관하게 모든 노무제공자와 진성 프리랜서 및 자영업자의 일부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권리 주체를 포괄적으로 규정한다는 측면에서 노무제공자 정의에 비해 효과적일 것이며, 향후의 노동시장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회보장 권리 보장의 좀 더 실질적 측면에서 일하는 사람법은 보편적 사회보장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고용보험으로 포괄한다는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절반의 성과에 그쳤다.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과정의 행정적 어려움도 작지 않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확장된 사회보장제도의 부담을 둘러싼 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등 정치적 행위자 간의 이해 갈등이 걸림돌이 되었다. 만약 일하는 사람법이 노무제공자 등 일하는 사람의 사회보장 권리를 보편적으로 선언하고 나아가 사업자와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다면, 이해 갈등을 넘어서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적 기반이 될 것이다. 비록 기본법의 특성상 구체적인 방안까지 담지는 못하더라도 법적 권리에 대한 규정은 그 자체로 정부가 제도적·정책적으로 반응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며, 이는 실질적인 규정을 담는 개별법을 수정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사회보장과 관련이 깊은 다른 권리들을 보장함으로써 개별 사회보장법 개정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하는 사람 법안들은 법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적정한 보수, 안전과 건강, 직업능력의 개발, 휴식 등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 권리들은 그 자체로 일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할 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의 작동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은 비공식 고용을 예방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실질적 사각지대를 감소시키고, 적정한 보수는 기존의 소득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사회보장급여 적절성의 기반이 된다. 안전과 건강, 휴식의 권리는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산재보험과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직업능력개발의 권리는 고용보험의 한 부분이다. 이처럼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일과 관련된 제반 권리들을 명기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한 몇 가지 우려
일하는 사람법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려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는 노동관계법에서 근로자 정의를 확장함으로써 보장해야 하는데 일하는 사람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할인하여 부분적인 보호만을 제공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사실 현재의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의 상당수는 근로자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기에 근로자 오분류를 바로잡고, 변화하는 노동시장 상황에 맞게 근로자 개념을 확대한다면 일하는 사람법 없이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상당 부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몇 가지 문제가 남는다. 첫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바꾸어 그 범위를 넓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효성을 갖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사각지대에 대한 경과적 대안으로 일하는 사람법의 효용성이 있다. 둘째,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맞추어 근로자의 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여전히 노동시장에는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프리랜서, 자영업자가 남을 것이다. 국세청에 인적용역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는 1인 비임금 근로자의 수는 지난 10년 간 거의 두 배로 늘어 지난해에는 870만 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에 근로자 정의 확대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경과적으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일하는 사람법은 필요하다. 셋째, 근로자 오분류를 막고 근로자의 표지를 확대하는 것과 근로자가 아니라도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상호배타적일 이유는 없다. 즉 '근로자로서 보호해야 한다.'와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접근은 병행 가능하다. 일하는 사람법과 근로자추정제를 패키지로 입법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런 방향을 가리킨다.
만약 일하는 사람법이 '일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보호를 제도화한 것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를 확대한다면 여전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 '제3의 범주'를 두고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이 근로자를 제3의 범주로 전락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다. 이는 주의가 필요한 문제이지만 현재의 일하는 사람법안들은 특정한 요건에 맞는 대상자를 별도로 정의하기보다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폭넓게 규정하고, 다른 법률을 통해 이보다 높은 수준의 권리를 보장받는 경우(대표적으로 노동관계법을 적용받는 근로자)에 대해 해당 법률을 우선 적용한다. 제3의 범주를 규정하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중층화하는 접근이다. 이렇게 보호를 중층화하는 것이 근로자 오분류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예단할 만한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자와 근로자가 아닌 일하는 사람 사이의 권리보호 격차를 감소시킴으로써 사업자가 근로자를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오분류할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업자들이 위법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근로자를 오분류하는 것은 거래관계에 있는 노동자가 법적으로 근로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사업자의 책임과 비용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만약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이 법을 기초로 한 관련 개별법들의 조정이 근로자와 근로자가 아닌 일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를 충분히 감소시킨다면, 사업주의 책임과 비용의 격차를 줄임으로써 오분류 유인을 낮출 수 있다.
출발점으로서의 일하는 사람법
실제로 일하는 사람법이 이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이 법을 둘러싼 우려를 일소할 수 있을지는 이 법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얼마나 실효적으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제시된 법안의 한계를 논의하고 보완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논쟁은 매우 중요하며,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기본법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소극적인 수준에서 권리를 규정하는 데 그칠 경우 이 법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사회보장 권리의 확대나 권리 보호의 격차축소 효과가 미미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법안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보장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패키지 법안으로 논의되는 근로자추정제와의 결합은 물론이고, 이 법이 기본법으로서 규정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보험, 산업안전보건, 최저임금 등 많은 개별 법률들의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렇게 보면 일하는 사람법은 그 자체로는 보편적 사회권 보장을 위한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 권리를 선언함으로써 개별 법률의 개정을 촉진하고, 다른 법제도와 결합하여 보편적 사회권 보장으로 나아가는 충분조건 형성에 기여한다. 지금의 입법 논의는 바로 이 충분조건 조합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하겠다. 충분조건의 완성은 이후의 과제로 남겠지만,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조건들의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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