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반대를 넘어 학살 반대를 말해야 한다

[기고] 전쟁과 학살에 둔감해지는 세상을 두려워하라

범죄를 감추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은 전쟁이란 말이 있다. 전쟁은 전황과 전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고, 도덕과 선악의 기준을 허물며, 승리와 패배라는 궁극적 목표만 바라보게 한다. 전쟁 전까지 따졌던 범죄 처벌은 미뤄지거나 없던 일이 된다.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불법 침공하여 시작된 중동 지역 전쟁은 한편으로 범죄를 덮기 위한 술책에서 비롯했고 그러고 있다. 그 대가는 수많은 죽음, 파괴, 되살릴 수 없는 잃음이다.

3월 9일 공화당 유세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해군 함정 격침과 관련해 "선박을 왜 나포하지 않고 가라앉혔나? 이게 더 재밌으니까"라고 말했고, 3월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 카르그섬 공습을 언급하며 "우리는 카르그섬을 완전히 파괴했다. 우리는 몇 번 더 타격할 수 있다. 재미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놀이'로 수많은 이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제 그들은 이름이 아니라 숫자와 통계로 무덤에 묻히고 있다.

3월 8일 이란 보건부는 태어난 지 여덟 달 된 여아가 가장 어린 희생자라고 발표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가장 어린 희생자' 기록은 갱신되었다. 3월 14일 일람 주 에이반 시에 떨어진 폭격으로 생후 여섯 달 된 아기를 포함해 한 가족 여섯 명이 죽었다. 3월 17일 마르카지 주 암라바드 농촌 마을 집에 날아온 미사일에 엄마, 할머니, 두 살 누이와 함께 숨진 모즈타바는 태어난 지 사흘 된 사내아기였다.

폭격은 미나브 시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을 살해한 것처럼 사람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폭탄은 상대가 군인인지, 바시즈인지, 민간인인지 물어보고 때리지 않는다. 2월 28일 이후 이스라엘-미국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어서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이란에서 1천 명 이상의 민간인이 이스라엘-미국의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 외에도 테헤란 시 샤히드 하메다니 초등학교, 테헤란 주 파란드에 있는 학교 두 곳 등 학교 시설, 테헤란 병원과 쉬라즈 응급의료기지 같은 의료 시설도 이스라엘-미국의 공격 목표물이다.

이스라엘-미국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데도 망설이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골레스탄 궁전과 이스파한 자메 모스크, 체헬 소툰 궁전, 나크셰 자한 광장과 알리 카푸 궁전, 샤 모스크, 호라마바드 선사 유적, 사산 왕조 시대에 건설된 팔락-올-아플락 성이 공습으로 부분 파손되거나 피해를 입었으며, 특히 사파비 왕조 시대에 지어진 라슈케 제난(라슈크 궁전)이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 3월 12일 발표에 따르면 이란 내 피난민 수가 최대 320만 명에 이른다. 피난민 수로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벌인 전쟁(이라크 전쟁)의 국내실향민 수 280만 명을 단 두 주 만에 넘어섰다.

한편, 3월 1일부터 벌어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희생자가 크게 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3월 2일부터 현재까지 어린이 111명을 포함해 최소 9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집단학살 전쟁 동안 하마스 요원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주민 100명까지 함께 죽였던 방식을 레바논에 적용하고 있다. 가자 지구의 건물을 파괴했듯이 수도 베이루트 건물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남부와 베이루트뿐 아니라 북부 주까지 레바논 전역을 공격하고 있다.

가자 지구처럼 레바논 언론인과 의료인이 이스라엘의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 1백만 명이 넘는 레바논인이 피난길에 올랐다. 증가 속도를 볼 때 120만 명 이상이 피난민이 되었던 2024년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3월 6일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기지를 공격해 유엔군 세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 재무장관이자 종교 시온주의당(Relgious Zionist Party) 대표인 베잘렐 스모트리히는 베이루트 남부 지역인 다히예를 가리켜 (이스라엘이 파괴한) "가자 지구의 칸 유니스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에서는 지난해 10월 휴전 이후 이스라엘군은 거의 날마다 가자 지구를 공격했다. 3월 17일까지 휴전 159일 중 공격이 있었던 날은 137일이며 단 22일 동안만 공격이 없었다, 그로 인해 지난해 10월 휴전 이후 가자 지구에서만 팔레스타인인 673명이 살해되었다. 3월 8일 일요일 공습으로 어린이 세 명을 포함해 일곱 명이 죽었고, 3월 14일 토요일 공습으로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해 여섯 명이 죽었으며, 3월 15일 일요일에는 폭격으로 경찰관 여덟 명을 살해하는 등 휴전 아래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휴전'은 학살을 쉬엄쉬엄 진행하는 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란 침공과 동시에 이스라엘은 가자 국경을 폐쇄하고 식량과 물품 지원을 통제했다. 서안 지구 전역에서 사실상의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가자 지구에서는 식량 위기와 연료 위기가 닥쳤고 서안 지구에서는 일상이 마비되었다. 서안 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이 늘고 있고 정착민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3월 7일 일요일에는 정착민들이 마을을 공격해 주민 세 명을 살해했고, 3월 15일 일요일에는 이스라엘군이 차량에 총을 쏴서 부부와 각각 다섯 살과 일곱 살인 두 아들을 살해했다. 위험 측면에서 이스라엘 정착민과 이스라엘 군인의 차이는 없다.

▲3월 14일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침공 전쟁과 학살을 규탄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장영태

현재 벌어지는 중동 전쟁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학살과 인도주의적 위기보다는 유가 상승과 같은 세계 경제 영향 그리고 파병 여부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파괴적 공격은 더 큰 파국을 예고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석유 저장고를 폭격했고 그 결과 테헤란에 검은 비가 내렸다. 이는 장기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했고 이는 대기 오염과 해양 오염, 연안 습지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이스라엘과 미국은 불타는 세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제 전 세계 사람들에게서 관심이 멀어진 미얀마에서는 내전 양상이 굳어진 가운데 여전히 군부가 민간인들에 대한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란 동쪽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수단, 남수단,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에서 전쟁이나 학살, 위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에는 각각 원인이 있고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있다. 미얀마에서는 땃마도라고 부르는 군부 세력이 전쟁범죄 집단이다. 수단 신속지원군(RSF)의 뒷배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수단 내전과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현재 중동 전역을 전쟁의 불바다로 만든 주범 이스라엘만큼 범죄적 국가는 없다. 이스라엘이 끝없는 전쟁을 원하는 건 이제 비밀도 아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서 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증언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수십 년에 걸쳐 학살과 전쟁범죄를 저질러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면죄부를 주고 지원해 준 결과다. 그리하여 미국이 무한대로 퍼주는 무기를 이용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조건 없이 감싸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불의와 범죄에 대응하는 국가들도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스라엘-미국의 공동 군사 작전이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으며, 스페인 정부는 미국이 이란 공격을 위해 스페인의 로타 해군기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스페인은 가자 제노사이드에 항의하여 2025년 9월에 주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고, 올해 3월 11일에 공식적으로 철수시키는 조치를 발표하고 대사 직위를 폐지하여 대사급 외교 관계를 낮췄다. 콜롬비아같이 2024년에 이스라엘과 단교한 국가도 있다. 한국도 스페인처럼 이스라엘을 꾸짖고 외교 관계를 바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이스라엘-미국에 의해 국제법 질서가 밑동부터 흔들리고 야만이 들썩이며 사방에 전쟁의 비극과 참화가 들려오는 때다. 필연이든, 어리석은 우두머리 탓이든 간에, 전쟁 동기가 종교인지 석유인지 군사인지 간에, 학살 기계 이스라엘을 제지하고 동시에 전쟁의 불길을 끄기 위해 힘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전쟁의 불길이 우리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파병 반대를 넘어 전쟁 반대와 학살 반대를 말해야 한다.

110년 전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제1차 세계대전을 가리켜 '군국주의의 끔찍한 기계장치(die furchtbare Maschinerie des Militarismus)'라고 묘사하며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오늘날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이스라엘-미국 전쟁 기계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절박한 외침을 떠올리게 한다.

"노동자들이여! 동지들이여! 여성들이여! 여러분은 언제까지 조용히 지켜볼 것인가? 여러분은 언제까지 학살을 참고만 있을 것인가? 인민이 행동하지 않는 한 도살자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1913년 로자 룩셈부르크가 반국군주의 집회에서 한 전쟁 반대 연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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