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망자 1000명인데 이스라엘·미국은 30명…우리도 MD 도입하자?

[정욱식 칼럼]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확인된 MD의 역설, 피해는 줄이지만 전쟁을 쉽게 만든다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침공한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미사일방어체제(MD) 자산의 중동 차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저층 방어를 담당하는 패트리어트 팩-3(PAC-3) 일부를 반출한 데 이어상층 방어를 담당하는 사드(THAAD·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중동으로 옮기고 있는 징후가 포착된 것이다.

이들 MD 자산은 2월 28일부터 3월 10일까지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군의 초대형 수송기 C-5 2대와 C-17 11대에 실려 중동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군사적인 움직임과 더불어 9일자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복수의 미국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국방부가 한국에 배치된 사드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 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반대 의견을 내고 있으나,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다양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지만, 꼭 짚어봐야 할 문제가 누락되어 있다. MD가 품고 있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교전 상대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격하는 MD는 그 자체로는 방어용 무기이다. 하지만 MD는 전쟁의 문턱을 낮춘다. MD가 '전술적으로는' 방어용 무기이지만, '전략적으로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공격적 성격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MD는 방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창을 더 쉽게 휘두르게 만드는 무기이다.

이는 작년 6월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나라가 이란 침공을 저울질할 때 이란의 보복에 의한 자국의 피해 수준에 대한 판단은 가장 큰 고려 사항이다.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막강한 공격력과 더불어 세계 최강의 MD를 구축해놓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MD의 효율성을 배가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러한 자신감, 즉 이란을 폭격해도 이란의 보복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은 불법적인 침공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6월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 당시 사망자 수는 큰 차이가 났다. 이란에선 민간인과 군인을 합쳐 1060~1190명이 사망한 반면에 이스라엘에선 2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대부분 민간인이었고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개전 2주 동안 이란에선 1255~182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에 이스라엘 사망자는 19명, 미국 사망자는 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이란이 공습 대상국이고 미국·이스라엘은 공격국이라는 다른점도 있지만, 주로는 미국·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방공·미사일방어 능력의 우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이 중동 전역에 배치한 패트리어트와 사드, 그리고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계(ABMD), 이스라엘이 구축한 4층 방어체계, 즉 아이언돔-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애로우(Arrow) 미사일방어체계-아이언 빔(Iron Beam, 레이저 기반 방공 무기)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대거 요격하고 있는 것이다.

▲ 사드 발사 시험. ⓒ록히드마틴

이에 대응해 이란은 값싼 드론과 저위력 미사일의 대량 발사를 통해 미국·이스라엘의 방공·MD 무기의 소진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이스라엘은 '전략 폭격', 즉 이란의 항전 의지와 능력을 꺾으려는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또 미국은 주한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와 사드도 차출해 중동 MD 자산의 소진을 만회하려고 한다.

이렇듯 MD는 전쟁 결심과 개시, 그리고 전개와 종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은 MD의 위력이 확인된 만큼, 또 미국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국에 배치한 MD 자산을 빼내는 게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한국형 MD' 구축에 더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MD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방어적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MD의 '전술적' 측면만 바라보는 것이다. 전쟁 발발시 전술적으로는 방어력을 크게 강화해 우리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다. 그런데 '전략적' 측면에선 군비경쟁의 격화와 위기관리의 어려움 가중, 그리고 정치군사적 불신을 초래해 한반도 평화와 대한민국의 안보에 거대한 난관을 조성하게 된다. 이는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이고 충돌시 확전을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MD를 비롯한 무기에 AI의 결합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MD 강화는 상대의 억제력의 약화와 같은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소련이 1972년에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통해 서로가 사실상 MD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것도 상대의 억제력을 약화시키지 않은 상태, 즉 '전략적 안정'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조약은 2002년 미국의 일방적인 파기 이전까지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초석"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는 자주국방을 추진하면서도 '전략적 안정', 구체적으로는 '억제 관계의 안정성'을 만들어가는 데에 있다. 한국, 혹은 한미동맹과 조선(북한)이 막강한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억제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군사적 조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군비경쟁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고 안보 딜레마도 줄일 수 있다.

MD에 대한 현명한 태도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MD는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는 1차원적인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무엇이 우리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는 길인지를 묻고 따질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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