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적 입양 체계 시행 이후 투명성 부재 및 행정 절차 지연으로 결연이 미뤄지며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나타나는 대기 지연 현상은 과거 부모의 선호에 입양을 맞추던 관행을 정상화하고,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결연위원회'가 공정하게 작동하는 과정이다. 부모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것보다 '아동에게 최적의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는 점을 전문가·입양인·입양부모의 시선으로 연재한다. 편집자
아동이 태어난 원래의 가정에서 양육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국가의 가장 우선적인 책임은 아동이 가능한 한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가정 양육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때, 마지막 대안으로 입양이라는 선택이 등장한다.
입양은 아동, 친생부모, 입양부모라는 세 당사자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이 세 집단을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동이다. 동시에 아동은 이 세 집단 중 가장 힘이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동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개입하며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책임은 궁극적으로 국가에게 있다.
그래서 국가의 입양 관련 정책 수립과 실행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바로 아동 중심, 그리고 아동의 이익 최우선 원칙이다. 그러나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말은 생각보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아동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이로운지 판단하는 자체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원칙의 취지가, 특정 집단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아동의 이익'을 해석하여 주장하라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고 신중하게 숙고할 것을 요청한다는 점이다.
'입양의 골든타임'이라는 말에 대해
최근 공적 입양 체계 시행 이후 결연 심의가 길어지면서 입양이 지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물론 불가피하게 입양을 추진해야 한다면 불필요한 지연 없이 가능한 한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예비 입양부모들이 가능한 한 빨리 아이를 품에 안고 싶어하며 그 마음이 아이를 향한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양 역사와 입양인의 증언을 돌아보면, "빠르고 효율적인 입양"이 언제나 아동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약 20만 명 이상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낸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입양 송출국이었다. 당시 많은 정책 결정은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이뤄졌다. 그러나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쌓아온 증언에는 학대와 방임, 인종차별, 정체성 혼란, 기록의 부재, 친생가족 정보의 왜곡과 상실과 같은 경험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최근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역시 과거 해외입양 과정에서 서류 조작, 친생가족 확인 절차의 부실, 아동 신원 변경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존재했음을 확인했다 . 이는 입양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적 확인이었다. 동시에 이것은 "선의"만으로는 아동의 이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00년대 미국의 '고아 기차(Orphan Train)' 역시 아동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시 빈민의 자녀들을 대규모로 기차에 태워 농가로 보내는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아동이 충분한 검토 없이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분리되었고 일부는 노동력 제공 수단처럼 취급되었다는 사실이 추후 밝혀졌다.
이렇게 옛날로 거슬러올라가지 않더라도, 입양의 법적 절차가 모두 진행된 이후 아동을 더이상 양육할 수 없다며 포기하는 경우나 입양된 아동이 입양가정에서 학대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시민들은 기억한다. 아동을 "빨리" 보내는 것과 아동에게 "좋은 삶"을 보장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어, 세계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가 입양 결연을 더 신중하게 심의하는 절차, 친생부모가 입양을 결정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할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 등을 도입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아동의 입양에 있어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고 신중하게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수호하기 위해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입양 지연'이라는 프레임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민간 기관이 담당하던 입양 절차를 공공이 전담하게 되자, 결연 심의가 길어져 당사자들이 더 오래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중요한 오해가 섞여 있다.
입양 논의에서 자주 간과되는 사실은, 아동이 기다리는 시간과 예비입양부모가 기다리는 시간은 같은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시간은 출발점도 의미도 다르다. 예비입양부모는 신청 이후 승인과 매칭을 기다릴 수 있지만, 아동의 대기 시간은 보호체계에 들어온 이후 실제로 가정에 배치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예비입양부모가 몇 년을 기다렸다고 해서 그 시간이 그대로 아동의 대기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예비부모가 4년을 기다렸더라도, 그 사이 보호체계에 들어온 아동의 입장에서는 1년만 기다렸을 수도 있다. 이 두 시간을 혼동하면 입양 제도의 실제 작동 방식은 쉽게 왜곡된다.
우리나라 역시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들의 명단(아동 풀)과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 양부모들의 명단(예비 양부모 풀)이 서로 별개의 체계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즉 아동에 대한 보호 및 결연 준비 과정과 예비 양부모의 적격성 심사 과정이 동일한 절차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 관리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예비 양부모의 적격성 심사가 일정 기간 보류되거나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아동과 양부모를 연결하는 결연 절차 자체의 지연으로 직접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양부모 적격성 심사 보류가 곧 아동 결연 지연을 초래한다"는 설명은 맞는 말 같이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또한 공공이 결연 심의를 하기 이전에도 입양 절차는 결코 짧지 않았다. 예비입양부모의 입장에서 가정조사 신청부터 배치까지 걸린 기간은 법원의 허가 심리 기간을 포함하여 평균 551일이었고, 가정조사에만 평균 279일이 소요됐다. 아동의 입장에서는 법원허가 결정기간을 포함하여 311일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이전에 신청된 입양과정은 현재 진행 중이고 공공에서 입양을 담당한지 이제 240일 정도가 지났기 때문에 공공이 전담하면서 입양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도 성립되지 않는다.
더불어서, 현재 나타나는 대기 인원의 증가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공적 입양체계 전환 과정에서 민간 입양기관들이 신규 접수를 선제적으로 중단했던 점, 그리고 보호출산제 도입 이후 상담과 보호 체계로 유입되는 사례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과도기적 현상에 가깝다.
숙고의 시간
다른 나라에서는 입양이 얼마나 걸릴까? 한 두 나라만 찾아봐도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 심사와 매칭을 진행함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2024년 공식 보고에 의하면 아동이 보호체계에 들어온 이후 입양가정에 배치되기까지는 평균 1년 7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법적 입양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추가로 약 9개월 정도가 걸렸다 . 즉 아동이 보호체계에 들어온 이후 입양이 완전히 확정되기까지 평균 약 2년 4개월이 걸린다.
호주의 경우 예비입양부모는, 입양부모 승인을 받은 뒤 신청자풀에 포함되어 매칭을 기다리게 되는데, 이 대기 기간은 특정하지 않는다. 먼저 신청했다고 먼저 아동이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가정을 찾는 것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양부모 승인의 유효기간도 4년이나 되며 매칭이 되지 않는 한 예비입양부모는 매년 재조사를 받는다 . 이러한 절차는 행정적 지연 때문이 아니라, 친생가족 재결합 가능성 검토, 입양가정 적합성 평가, 아동과 가정의 매칭 안정성 검증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5년의 특별법 시행 이후 공공결연위원회에서 입양결연을 심의한다. 이 체계는 부모의 선호에 아동을 맞추던 과거의 관행을 개선하고, 아동의 권리를 보다 분명하게 중심에 두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엄격한 심의와 재상정은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아이와 가정 모두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예방적 안전장치이다. 아동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예비양부모들에게는 이러한 추가 숙려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아이의 평생과 비교하면 그 의미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입양은 한 아이의 정체성과 생애 전체를 함께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예비 부모의 기다림을 가볍게 여길 수 없지만 서둘러 진행된 입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충분한 검토 없는 결정이 크나큰 상처로, 입양부모에게는 위기로, 친생부모에게는 깊은 후회로 돌아와 평생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신중한 절차가 결국은 더 단단한 가족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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