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대전 청년의 ‘노잼’ 탈출, 정책 설계의 ‘손맛’에 달렸다

당사자의 갈증과 현장의 전문성을 버무린 ‘진짜’ 인력풀이 필요하다

대전 청년들이 느끼는 지역 정서는 ‘안온한 노잼’으로 요약된다.

3일 발표된 대전연구원의 '대전시 청년복합시설의 기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의 56.7%가 대전을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았지만 일자리(75.0%)와 문화·예술 인프라(70.7%)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수치상의 살기 좋음이 실제 삶의 역동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문제의 핵심은 청년 정책을 만드는 ‘사람’과 ‘과정’에 있다.

일자리 창출과 문화예술 정책은 흔히 정치 고관여군이나 기존 기득권 단체들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고용을 해보고 치열하게 일을 해본 사람의 현실 감각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문화예술 분야 역시 영향력 있는 특정 단체의 목소리가 정책의 줄기를 잡다 보니 현장의 청년 예술가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자생적 생태계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곤 한다.

특히 최종 결정권자의 의지와 취향에 따라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실무진은 그 ‘입맛’에 맞춘 보고서를 생산하는 관행은 정책의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고질적 병폐다.

보고서에서도 나타나듯 대전시 청년 공간 이용자의 만족도는 4.8점(5점 만점)에 달하지만 정작 대전 청년의 90% 이상은 해당 공간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잘 알지 못한다.

이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청년들의 실제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대목이다.

대전의 청년 정책이 ‘머뭄’을 넘어 ‘살기’로 전환되려면 이제는 정책 인력풀의 범위를 과감하게 넓혀야 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수혜 대상자의 입장만 듣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상자 본인의 목소리만 과잉 투영될 경우 자칫 자기중심적인 정책에 함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논의를 위해서는 정책의 실제 연결점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현장 실무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고루 참여해야 한다.

해외의 성공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를린의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틱(Haus der Statistik)’ 모델은 시민사회와 예술가, 공공기관이 ‘KOOP5’라는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단순히 수혜자가 아닌 공간 활용법을 제안하고 운영 주체로 참여한다. 다양한 분야의 주체들이 행정청과 대등하게 협력하며 공공성과 사회혁신을 결합한 결과다.

대전 역시 기존의 협소한 인력풀을 깨고 정책의 다각적 시각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직접 일터를 일궈본 기업가, 현장에서 발로 뛰는 독립 예술가, 그리고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평범한 청년들과 이들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최종 결정권자에게 가감 없이 전달되어야 한다.

청년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장의 결핍을 정확히 짚어내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

대전이 진정으로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정책 결정의 문턱을 낮추고 폭넓은 인력풀을 정책 설계자로 모셔야 할 것이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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