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강화'라며 민간 지원, 흔들리는 서울의 돌봄

[서울 공공돌봄 시민공청회 그 이후] ③ 공공 돌봄 기관 서사원 폐지, 기능·역할 모두 민간 이전

지난해 10월 시민 5000여 명의 청원으로 서울시 공공돌봄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2024년 5월 서울시 산하 돌봄서비스 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해산된 후, 서울시 공공돌봄 정책이 후퇴한다는 우려가 나오던 때였다. 이후 서울시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답변서를 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답변을 공론화하고, 이에 반박하는 기고를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해산 이후 서울시는 이른바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공공성 강화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공공이 직접 책임지던 공급체계를 없애고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민간 지원 패키지'에 불과하다.

서울시 계획의 핵심은 '서울시사회서비스지원센터'를 통한 민간기관 경영 컨설팅, '서울형 좋은돌봄인증제'를 통한 품질 인증, 그리고 '돌봄통합지원센터'와 '안심돌봄 120'을 통한 수요자-공급자 연계다. 그러나 이는 공공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던 서사원 모델을 폐기하고, 공공의 역할을 민간 시장의 보조적 관리자로 스스로 격하시킨 것이다.

컨설팅으로 구조적 결함을 고칠 수 있는가

민간기관의 서비스 저하는 경영 노하우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낮은 수가와 불안정한 시급제 일자리로 인해 숙련 인력이 이탈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출발한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2023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장애인활동지원기관 151개소 중 법정 임금을 준수하는 곳은 단 34개소(22.5%)에 불과했다. 10곳 중 8곳에 가까운 민간기관이 법정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경영 컨설팅이 서사원이 보장했던 월급제 기반의 안정적 돌봄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분명하다. 서사원 해고 요양보호사 이경자 씨는 "월급제 요양보호사로 열심히 일한 죄로 해고된 뒤, 민간기관에서 일하며 대상자 입원이나 서비스 중단 때마다 2~3개월 동안 5번이나 실업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이용자를 위한 헌신과 질 높은 돌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서사원의 정책 종결 과정을 분석한 한 질적 사례연구에서도 연구 참여자들은 "민간에서 꺼리는 대상자들이 많아졌다"며 민간 이관 이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서희정 외, 2025)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위탁 운영했던 공공어린이집 아침 풍경.(자료사진) ⓒ공공운수노조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전화 돌리기'가 돌봄을 대신할 수 있는가

서울시가 홍보하는 '안심돌봄 120'은 실효성 없는 단순 중개에 그칠 위험이 크다. 돌봄은 물품 배송이 아니다. 이용자의 복합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돌봄계획을 설계하는 전문적인 '사례 관리'가 핵심이다. 서사원 시절에는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다학제 사례 관리(보건·의료·복지가 협력하는 맞춤형 돌봄)를 통해 고난도 사례를 책임졌으나, 직접 돌봄 기능을 상실한 상담 창구는 현장을 모르는 콜센터로 전락하기 쉽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강제력의 부재다. 민간기관은 여전히 수익성을 기준으로 이용자를 선별할 권한을 갖는다. 연구에 따르면, 서사원 해산 과정에서 민간기관이 기피하거나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이용자들이 사실상 서비스에서 단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증 장애인, 저장강박 환자, 단시간 돌봄이 필요한 이용자 등 민간에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시민들이 돌봄 사각지대로 내몰린 것이다. '연결'은 해줄 수 있어도 실질적인 '해결'은 못 하는 구조적 한계가 여기서 드러난다.

공공성 파괴 위에 세운 '공공성 강화'

서울시의 계획이 설득력을 잃는 결정적 이유는, 서사원 폐원 과정 자체가 공공성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연구는 서사원 종결이 단순한 행정 정리가 아니라, 예산 삭감(2023년 전년 대비 68%), 수익성 프레임 구축, 조례 폐지 등을 결합한 정치적 해체 전략이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24년 7월 시행 예정이던 사회서비스원법 개정(해산 시 이용자·종사자 보호 조치 의무)의 적용을 피하려 5월에 서둘러 조례를 공포하고 이틀 만에 해산을 의결한 정황은, 종결 과정이 돌봄의 공적 책임보다 '정책 종료'를 우선시했음을 보여준다.

서사원 임금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요양보호사 6시간 근무 전환, 보육교사 전원 1호봉 적용 등의 후퇴안과, 희망퇴직 합의서에 포함된 권리 포기 조항 역시 연구진이 '종결을 빠르게 완결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하는 대목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중윗값 타결안을 권고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무시했고, 노동조합이 거부하자 정책 종결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했다.

수술할 의사 없는 통합돌봄은 허상이다

2026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는 통합돌봄을 강조하지만, 이는 마치 수술할 의사(공공 직접 제공자)는 해고하고 병원 안내원(콜센터)만 늘리는 꼴이다. 안내원이 아무리 친절해도 실제 돌봄을 책임질 공공 인프라가 없다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허상에 불과하다.

서사원 노동자들은 "우리가 하는 일은 똑같거나 오히려 더 잘하는데도" 평가가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이용자 만족도는 2022년 90.4%에서 2024년 92.3%까지 높게 유지되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예산을 삭감하고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 프레임을 씌워 해산을 정당화했다.

고용의 질이 곧 서비스의 질이라는 돌봄의 대원칙을 무시한 행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허울뿐인 민간 지원 대책을 멈추고, 가장 취약한 시민들의 삶을 마지막까지 지탱할 공공 직접 돌봄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참고 자료>

서희정·강상준·김혜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정책 종결 과정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 『한국과 국제사회』 제9권 6호, 2025

서울시·서울시복지재단,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운영 개선방안 연구」, 2023

중앙사회서비스원,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평가보고서」, 2022; 2023; 2024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사원 해산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 종로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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