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 대구경북 행정통합 정면 비판 “재정 미끼로 지방자치 흔들어선 안 돼”

“연 5조 원 지원은 다른 지자체 몫 줄이는 것…권력 집중·절차적 민주성 결여 우려”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주도로 속도를 내는 가운데, 차기 경북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행정통합 추진 방식과 내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막대한 재정 지원을 미끼로 한 행정통합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졸속 추진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은 없다”…재정 지원의 실체 지적

정부는 행정통합 특별시가 출범할 경우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은 없다”며 재원 구조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이며, 상당 부분은 지방교부세라는 형태로 전국 지자체가 나눠 쓰는 예산”이라며 “세원 확충 대책 없이 특정 통합시에만 거액을 몰아주는 것은 다른 기초자치단체의 몫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기초자치단체의 생존 재원을 가져다 통합의 성과처럼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행정통합의 대가가 기초자치단체의 궁핍이라면, 그 통합에 지방자치의 의미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력 집중은 지역 소외를 심화시킨다”

이 시장은 통합 이후 권력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연간 수조 원의 예산을 시·군이 나눠 쓰면 된다는 주장은 현실 행정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통합 이후 기초자치단체는 중앙정부는 물론 거대 특별시의 승인과 눈치를 동시에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 시장과 도지사에게 막대한 인사권과 예산권이 집중될 경우,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권한 집중은 거점 지역만 키우고 외곽 지역은 더 소외시키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지방자치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또한 신공항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해 “행정통합 없이도 특별법과 별도의 재정 구조를 통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며 “이를 통합의 필연적 효과처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무엇보다 이 시장은 추진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을 시·도민의 충분한 동의와 공감대 없이 탑다운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시되는 달콤한 재정 지원 약속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전략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며 “절차적 민주주의와 재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행정통합 논의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숫자와 계산기만 앞세운 졸속 통합, 껍데기뿐인 거대 도시의 환상보다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령”이라며 “행정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향후 주민 의견 수렴과 정치권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강덕 포항시장 페이스북 캡처

오주호

대구경북취재본부 오주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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