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정지웅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자정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시의회는 의원 절반 이상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번 개정안이 의회를 쉽게 통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교육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학생, 학부모, 학원 관계자 등 교육 현장 당사자 10명이 조례 개정안 폐지를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서울 은평구 청소년들이 만드는 독립언론 <토끼풀>과 공동 게재한다.
2025년 12월, 서울시는 학원의 운영시간을 밤 12시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는 학생의 수면권을 단 한순간에 없애 버리는 조치이며, 학생들에 대한 착취라고 생각한다. '마음껏 공부할 자유'라는 이름을 쓴 거대한 착취인 셈이다.
나는 일산에 거주한다. 서울시의 조례는 직접적으로는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곧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학원과 학원가가 매우 많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버스로 10분만 이동하면 학원가가 나온다. 그러나 지방은 어떤가. 청소년 인구가 줄어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지역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간 교육격차와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 조례를 찬성하는 측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주장한다. 이미 충남과 전남에서 비슷한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은 사교육 참여율이 전국 1위다. 형평성을 이야기하려면 오히려 다른 지역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오늘 일정을 마치고 전광판 광고를 보았다. '만 7세부터 학원 입학 가능'이라는 문구였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만 7세, 한국 나이로 8살이면 그저 마음 편히 놀 나이가 아닌가. 자기결정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한국 교육 환경에서 학원 운영시간을 밤 12시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조례가 시행된다면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학생들 부담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학원심야교습시간연장 규탄 범시민행동'을 꾸려, 서울 곳곳의 학원가에서 직접 전단지를 나누고 있다. 밤늦게 학원을 오가며 지친 학생들에게, 또 학부모와 시민들에게 이 조례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추운 거리에 서 있다. 정책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 사안을 더 무겁게 만든다.
한국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이다. 권장 수면시간이 8~10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2~4시간이 부족하다. 고카페인 음료를 하루에 몇 캔씩 마시며 버티는 청소년도 있다.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OECD 42개국 중 5위, 정신건강 지표는 36개국 중 34위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원 운영시간을 늘린다면 학업 스트레스는 더욱 쌓일 수밖에 없다.
밤 10시가 넘으면 PC방과 노래방은 청소년 출입이 제한된다. 그런데 학원은 밤 12시까지 운영되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사람들은 '자율'이고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야간자율학습도 결국 자율이 아니었음을. 상대평가 체제에서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구조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 조례는 청소년을 위한 조례가 아니라 학원을 운영하는 이들을 위한 조례처럼 보인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쉼의 권리다. 낮잠을 자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몸이 아프면 학원과 학교를 잠시 쉴 수 있는 권리. 이는 결코 특별하거나 과한 요구가 아니다. 또한 학원 강사들의 노동권 역시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9월 27일, 한국의 과도한 학업 부담과 수면 부족,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아동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런 국제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6년 뒤 서울에서는 오히려 학원을 심야까지 운영하도록 허용하는 조례가 논의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조례가 발의되면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례안을 철회하고, 학생들의 쉴 권리와 학원 강사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미 청소년들은 극한의 경쟁 속에서 버티고 있다. 기본적인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원 운영시간을 밤 12시까지 늘리는 것은 학생에 대한 착취이자 억압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더 늦은 시간이 아니라, 더 충분한 휴식이다. 그리고 그 요구를 전단지 한 장 한 장에 담아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건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게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적인 권고와 한국의 현재 학생 인권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정지웅 서대문구 1 지역구 시의원과 국민의힘 김규남, 김원중, 김원태, 김태수, 김혜영, 심미경, 이상욱, 이성배, 이종태, 이종환, 이희원, 임춘대, 채수지, 황철규 의원을 강력히 규탄한다.서울시의회는 즉각 심의안을 폐기하여 청소년들의 쉴 권리와 휴식을 취할 권리, 학원 강사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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