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궤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7일 통합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논의의 형식은 갖춰졌다.
행정통합을 통해 충청권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겠다는 구상도 익숙하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다시 꺼내 든 배경 역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과정이다.
기자회견에서 반복된 키워드는 ‘필요성’과 ‘속도’였다. 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산업과 행정을 연결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자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행정구역의 경계가 정책과 산업의 비효율로 작동해왔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여기까지는 많은 시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하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은 따로 있었다. 이 논의의 속도는 과연 누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행정통합은 정치적 결단으로 출발할 수는 있어도 정치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통합 이후 재정 구조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행정 서비스는 어디서 더 편리해지고 어디서 불편해지는지, 교육·의료·복지·교통 같은 일상 영역에서 시민이 실제로 마주할 변화는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 통합은 비전이 아니라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시민 참여와 공론화의 필요성은 강조됐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의견을 어떻게 묻고 그 판단을 어떤 절차를 거쳐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추상적이었다.
토론회와 간담회, 타운홀미팅이라는 형식은 제시됐지만 그 자리가 의견을 듣는 단계인지, 결정을 바꾸는 단계인지에 대한 구분은 명확하지 않았다.
시민 참여가 과정의 일부인지 결과를 정당화하는 절차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정치 일정은 빠듯하다. 특별법 논의와 지방선거 일정이 맞물리며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행정통합은 선거 일정에 맞춰 완결할 사안이 아니다. 지금의 속도가 시민의 이해와 숙고를 압도한다면 통합은 출발선에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결국 통합 논의의 성패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서 갈린다.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그 응답이 어디까지 반영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공론화는 선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설계와 설명,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대전과 충남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다. 동시에 신중해야 할 선택이기도 하다.
선택의 무게가 큰 만큼 결정의 과정은 더 투명해야 하고, 설명은 더 충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통합의 속도가 시민의 숙고를 앞질러 가는 순간, 그 통합은 이미 절반의 정당성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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