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이전 논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만금 반도체 유치론에 대해 “이전 여부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조건”이라며 현실론을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은 정치적 선언이나 지역 간 경쟁 구호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전력과 용수라는 산업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6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오려면 전력이 있어야 하고, 용수가 있어야 한다”며 “전력이 없는데 어떻게 기업이 오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전북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과 관련해서도, 즉각적인 이전을 전제로 한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예를 들어, 가정적으로 이미 조성된 반도체 라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모두 정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오는 방식은 현실성이 낮다”며 “산업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산업 단지를 통째로 이전하는 구상보다는 준비된 조건 위에서 단계적으로 유치 가능성을 넓혀가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 의원은 반도체 산업 유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가 전력을 생산하고 산업 인프라를 충분히 준비한다면, 이후의 신규 투자나 추가 라인 유치 가능성은 열릴 수 있다”며 “결국 관건은 전북이 그 조건을 갖추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 조건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다. 이 의원은 삼성과 SK 등 대기업의 RE100 전환 계획을 언급하며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 수요는 막대하다”며 “그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서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전북의 비교우위로는 서해안의 풍황 조건과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 영농형 태양광이 가능한 평야지대를 꼽았다. 그는 “이런 조건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갖기 어렵다”며 “전북이 가진 자연적 강점을 산업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구상도 제시했다. “5년 후 5GW, 10년 후 10GW, 15년 후 20GW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 서면, 그 계획 자체만으로도 기업과 접촉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실제 생산이 늘어날수록 유치의 실효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전북에서 반복돼 온 대규모 투자협약(MOU)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20년 후 투자하겠다는 MOU는 의미가 없다”며 “과거에도 그런 협약이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고, 전북은 비판만 떠안았다”고 말했다. 기업 유치는 선언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반도체든 가전이든 첨단 제조업이든 기업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생존 조건”이라며 “전력과 용수라는 두 축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산업도 내려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북이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을 갖추면, 우리가 거꾸로 ‘내려올래, 말래’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전북의 산업 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은 전력”이라며 “반도체 이전 논쟁 역시 이 조건 위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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