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의 세무이야기] 비주거용 부동산(꼬마빌딩) 감정평가 과세의 법리적 대립과 그 파장

최근 상속·증여세 과세 실무에서 이른바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비주거용 부동산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국세청이 납세자가 기준시가로 신고한 가액을 부인하고, 과세관청이 직접 의뢰한 감정가액을 시가로 적용해 과세하는 관행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개별 납세자의 세금 분쟁을 넘어,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평가 체계 전반의 정당성과 한계를 묻는 사안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세청의 과세 논리와 제도의 출발점

국세청은 2020년 이후 비주거용 부동산의 상속·증여 과정에서 기준시가 신고를 부인하고 감정평가액을 적용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토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약 65% 수준에 그치고, 건물은 그보다 더 낮아 시가와 괴리가 크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기준시가를 이용한 편법 증여를 차단하고 과세 형평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다.

국세청의 법적 근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에 있다. 해당 규정은 평가기준일 전후의 일정 기간을 넘어 법정결정기한 내에 매매나 감정 등이 있는 경우,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규정을 근거로 납세자가 이미 신고를 마친 이후라도 과세관청 주도로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시가로 적용해 세액을 경정해 왔다.

법원의 제동, 조세법률주의의 관점

그러나 최근 서울행정법원을 비롯한 하급심 법원은 이러한 국세청의 소급 감정평가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조세법률주의가 요구하는 ‘예측가능성’의 침해 여부다.

일부 법원은 국세청이 내부적으로 정한 감정평가 대상 선정 기준이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대외적으로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중대한 하자로 보았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동산이 기준시가로 과세될지, 아니면 국세청의 감정 대상이 되어 시가 과세를 받을지 사전에 알 수 없다. 이는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과 신뢰이익을 침해하며, 과세관청이 자의적으로 과세 대상을 선정할 위험을 내포한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시가주의 원칙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과 절차는 법률이나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하며, 모호한 내부 지침이나 행정 편의에 의해 과세권이 확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선별적 감정과 조세평등주의의 문제

또 다른 쟁점은 조세평등주의다. 국세청은 예산과 행정력의 한계로 모든 비주거용 부동산을 감정평가할 수 없고, 일정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감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기준 없이 일부 납세자만 감정평가를 통해 높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유사한 자산을 보유한 납세자 사이에서 한쪽은 감정평가로 시가 과세를 받고, 다른 한쪽은 기준시가로 과세받는다면 수평적 공평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판결에서는 시가 과세가 원칙이고 기준시가는 보충적 평가 방법에 불과하므로, 과세관청이 감정을 통해 시가를 확인하려는 시도 자체는 정당하다는 판단도 나온다. 이처럼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법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향후 전망과 정책적 함의

이 논쟁은 향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방향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납세자 측 논리를 받아들일 경우, 국세청의 감정평가 과세 방식은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이미 납부된 세금에 대한 경정청구가 대규모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적으로는 두 가지 과제가 제기된다. 하나는 감정평가 대상 선정 기준과 절차를 법령 차원에서 명확히 하고, 평가심의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통해 감정평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적정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는 보유세 부담 증가라는 또 다른 사회적 논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납세자의 대응 전략

이와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납세자는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상속·증여를 계획 중인 경우에는 사전 감정평가를 통해 신고가액을 확정하는 방어적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국세청의 감정평가로 과세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경정청구나 불복 절차를 통해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감정평가심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대응을 통해 감정가액의 타당성을 다투는 것도 중요하다.

맺음말

꼬마빌딩 감정평가 과세를 둘러싼 논쟁은 과세 형평과 조세법률주의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과세관청의 적극적인 과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법률이 정한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조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향후 사법부의 최종 판단과 제도 개선 논의가 조세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두 축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본 기고는 프레시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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