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해가 바뀌고 있다. 내년은 병오년(丙午年)이란다. ‘붉은 말’의 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항상 좋은 일만 생기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붉은 말’이 지닌 의미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새해가 되면 과거는 모두 흘러가는 세월 속에 묻어 버리고,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을 채운다. 병오년은 ‘불’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붉은 말의 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병오년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역사를 한 번 돌아보면 과거 병오년에는 격력한 사건도 많았다.
연산군 2년(1496)에는 병오사화가 있었다. 성종의 후궁 폐비 윤씨 사건으로 사림의 많은 학자들이 숙청되는 등 상당히 가슴 아픈 일들이 있었다. 명종 11년(1556년)에는 왜구들이 침입하여 전라도와 경상도의 해안 방어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청나라에서는 병오년(1856년)에 태평천국의 난에서 내분이 일어 홍수전의 세력이 약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또 고종 23년(1886년)에는 관제, 군제 등이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갑오개혁 이전의 사건으로 개혁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1906년(병오년)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려고 본격적으로 시도하였고, 1966년에는 베트남전과 문화대혁명이 발발하였다. 병오년에는 일반적으로 큰 정치적 변화, 숙청, 급속한 사회 변혁 등이 많이 발생했다. 불의 기운이 강하고 말이 빠르게 달리는 동물이므로 사회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병오년에 군사적 사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와 같이 병오년에는 크고 작은 격동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한 해를 설계하면 조금 안정적인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역학적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와 함께 반성하며 계획하자는 말이다.
한자 성어에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다. 번역하면 “소는 살고 말은 죽다.”라는 뜻이지만 속으로는 “자연에 순응하면 살고, 자신만 믿으면 죽는다.”는 뜻이다. 어느 날 갑자기 홍수가 나 불어난 물에 소와 말이 동시에 빠졌다. 말은 수영을 잘 하는데 물에서 익사했고, 수영을 잘 못하는 소는 살아남았다. 말은 자신이 수영을 잘 하니까 실력만 믿고, 강한 물살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려고만 했다. 그렇게 무리하게 힘만 쓰다 보니 기력이 다하여 물에 가라앉아 익사했다. 한편 수영을 잘 못하는 소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그냥 물살이 흐르는 대로 떠내려갔다. 물에 몸을 맡겨 흘러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땅에 올라갈 수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갑자기 홍수를 만날 때가 있다. 몸부림치며 거슬러 올라가려 하면 도리어 몸이 상한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성어도 있다.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 날, 한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사막을 건너다 길을 잃는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순간, 한 늙은 병사가 이렇게 말한다.
“늙은 말을 앞세워 가게 하십시오.”
그 결과, 늙은 말은 거리낌 없이 길을 찾아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갔다. 젊고 힘센 말보다 경험 많은 늙은 말의 기억이 더 정확했던 것이다. 그래서 경험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곧 병오년이 된다. 젊은 말의 속도와 늙은 말의 경험을 섞어 보는 것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불의 기운과 말의 속도만 따라가다가는 대형 사고가 많을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과격하고 격렬한 사건”이 많았던 해였음을 인지하고 현명한 행동을 해야 한다. ‘붉은 말’이 ‘늙은 붉은 말’이었으면 좋겠다.
새해는 늘 새로운 각오를 하게 마련이다. 운동해야지, 책을 읽어야지, 효도해야지 하는 등등의 각오가 많지만 작심삼일에 끝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력을 이기는 천재는 없다. 부단히 노력해서 뭔가 극복하고 성장하여 좋은 결과를 만드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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