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북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프레시안>전북취재본부는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리더십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로 거론되는 네 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강점과 단점은 무엇입니까.”
질문은 단순했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답변 속에는 각자의 정치 이력과 리더십 철학, 그리고 전북을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 있었다. 순서는 무작위로 서술했다.
이원택 “소통으로 푸는 현장의 해결사”
이원택 국회의원은 스스로의 강점을 '일관된 소통과 실질적 해결 능력'이라 요약한다.
그는 전주시의원, 전주시장 비서실장, 청와대 행정관, 전북도 정무부지사, 그리고 현역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지방과 중앙을 모두 경험한 정치 행정가다. 이러한 경륜은 단순한 경력의 나열이 아니라 ‘갈등 해결의 기술’로 이어졌다고 그는 강조한다.
전북도 정무부지사 재직시절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 민관협의회 구성, 정읍-입실 간 물 분쟁 해결, 김제·정읍 간 서남권 추모공원 갈등 해소 등 굵직한 현안에서 그는 대립 구조를 협력 구조로 바꾸는 ‘조정형 리더십’을 입증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잼버리 파행 이후의 새만금 예산 복원, 전북 의석수 사수, 국가 예산 반영 등 주요 현안을 관철시킨 배경에는 “도민의 목소리를 치열하게 분석하고 정부를 설득하는 실행력”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그의 리더십은 화려한 언변보다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실천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자신의 단점을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성향”이라고 털어놓는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안을 완결시킬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 집요함이 때로는 피로를 부르는 한편,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책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전북의 미래로 이어지는 일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며 이 단점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려고 다.
안호영 “길을 제시하는 네비게이터형 리더”
안호영 국회의원은 자신을 ‘네비게이터형 리더’로 규정한다. 목적지까지 가장 합리적인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처럼, 그는 여러 정책 현안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길이 가장 빠른지”를 판단해 추진력을 발휘해왔다고 설명한다.
그 대표적 사례로 새만금 수질개선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조력발전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결국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반영시키면서, 정책 방향성과 속도 모두를 조율한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점에서 안 의원의 리더십은 ‘전략적 실행형’에 가깝다. 문제를 인식하고 정책의 해법을 설계하며, 현실정치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는 감각이 강점이다.
단점으로는 ‘설명이 길어지는 성향’을 꼽았다. 그는 도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정치적 양심이 지나쳐 발표가 장황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다.
때문에 최근에는 “핵심만 짚어 말하는 법”을 훈련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은 역으로 ‘정책의 세밀함’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정책 방향과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설명력은 때로는 ‘행동보다 말이 많은 정치’로 비칠 수 있으나, 반대로 정보가 투명한 행정을 추구하려는 성찰로 읽힌다.
정헌율 “약속을 지키는 원칙주의자”
정헌율 익산시장은 본인의 강점을 “사소한 약속도 반드시 지키려는 책임감”으로 명확히 정의했다.
그에게 약속은 단순히 공약 이행이 아니라 시민이 부여한 신뢰의 문제다. 그래서 그는 정책 추진에서 항상 ‘약속 우선주의’의 태도로 임했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보다 발로 뛰었다”는 표현은 과하지 않다. 예산 확보나 지역 현안 해결 과정에서 직접 현장을 찾고, 각 부처와의 조율을 몸으로 해온 경험이 그의 리더십을 ‘현장형 추진력’으로 규정하게 했다.
위기 시에 단순히 행정적 판단에 머물지 않고 발 빠른 대응으로 극복했다는 자기 평가에는, 행정가로서의 실무 감각이 배어 있다.
반면 자신의 단점은 “타협에 약한 성격”이라고 솔직히 밝혔다. 시민과의 약속이나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 일에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때로는 융통성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원칙을 고수하는 리더십’으로 본다. 정책 추진 과정의 지체를 감수하더라도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결국 더 단단한 성과를 남긴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개혁보다는 안정, 속도보다는 신뢰를 중시하는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김관영 “일 잘하지만, 너무 일하는 사람”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질문에 가장 간결하게 답했다. 강점은 “일 잘하는 사람(일잘러)”, 단점은 “일중독”이라고 했다.
두 단어이지만 그의 행정 스타일을 요약하기에는 충분하다.
김 지사는 전북도정 민선8기 4년 차를 맞으며 여러 현안에서 ‘실행 중심형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중앙정부와의 예산 협상 과정에서 수치로 성과를 내고, 행정혁신과 조직개편 등 굵직한 공공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일머리가 확실한 행정가’라는 평을 얻었다.
이원택·안호영 국회의원 등이 정치적 조정과 협력의 상징이라면, 김관영 전북지사는 실행력과 성과 중심의 실무형 리더로 자리한다.
반면 자신이 밝힌 “일중독”이라는 단점은 그만큼 일에 몰두한 결과, 주변과의 온도 차를 만들기도 한다.
도정 목표 달성을 위해 휴일이나 시간을 가리지 않는 업무 행태는 조직에 긴장감을 일으키는 동시에 ‘끝을 보는 행정’으로 이어진다.
그의 리더십은 추진력과 속도감, 그리고 결과로 말하는 행정가형 리더십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속도가 도민과의 공감 속도를 압도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네 명의 서로 다른 스타일 속의 공통점은 '도민과 일'
각각의 네 사람이 밝힌 강점과 단점에는 공통점과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공통적으로 “일”에 대한 몰입과 “도민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전북 정치가 지향해야 할 ‘실천 중심 행정’의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가 문제를 푸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이원택 의원은 갈등과 분쟁 속에서 합의를 만들어내는 ‘소통형 조정자’, 안호영 의원은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전략형 네비게이터’, 정헌율 시장은 약속을 지키는 ‘원칙형 행정가’, 김관영 도지사는 결과로 증명하는 ‘실행형 일꾼’으로 요약된다.
전북이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과제는 단순한 행정 운영을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과 사회 통합의 해법을 찾는 일이다.
따라서 어느 리더십이 더 적합한가의 질문은 결국 ‘전북이 어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네 사람이 갖는 리더십의 성격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전북의 변화와 성장’으로 수렴된다.
내년 선거는 단지 인물 경쟁이 아니라 리더십의 방향을 놓고 벌이는 ‘스타일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고 도민들의 선택 또한 어느 리더십이 가장 현실적이며 또 가장 신뢰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데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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