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내공, 시간 견디는 힘 엿보인다"…전북지사 출마 예정자 4인의 '사자성어' 분석

[전북 정치인물 탐구] ⑧ 짧지만 함의 큰 정치인 언어 도구

'사자성어'는 짧지만 함의가 크다. 요란스런 구호보다 간단한 4개의 글자로 가치관과 방향성과 의지를 담을 수 있어 정치 특성과 가장 잘 맞는 언어도구이다.

지혜와 경륜과 절제의 상징이자 모호함 속에서 메시지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직접적인 표현보다 우회적이며 일종의 여지를 남기고 싶을 때 사자성어를 사용한다.

도백을 꿈꾸는 전북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관영 현 전북지사와 안호영·이원택 국회의원, 정헌율 익산시장 등 4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4명은 단기 성과나 요란한 업적을 과시하기보다 자세와 과정을 중요시하고 설득과 인내·포용 등을 강조하는 리더십의 공통점이 발견됐다. 절제와 내공, 시간을 견디는 힘도 엿보인다.

로테이션을 적용해 이번엔 정헌율 익산시장 답변부터 소개한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선호하는 사자성어는 '적토성산((積土成山)'이다. 문자적 의미는 '흙을 쌓아 산을 이룬다'는 뜻인데 핵심 메시지는 '작은 노력의 누적이 큰 성과를 만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헌율 "흙을 쌓아 산을 이룬다"

그는 "지금의 익산 뿐만 아니라 인간 정헌율을 만든 사자성어"라며 "그동안 익산은 다양한 자원으로 '기회의 땅'이라 불렸지만 그에 비해 100%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선호하는 사자성어는 '적토성산((積土成山)'이다. 문자적 의미는 '흙을 쌓아 산을 이룬다'는 뜻인데 핵심 메시지는 '작은 노력의 누적이 큰 성과를 만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정헌율 시장 페이스북

하지만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금의 익산은 문화와 환경, 교통, 식품산업, 첨단바이오 등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시민들과 한 줌 한 줌 희망을 쌓아 올려 지금의 익산이 가능했고 정헌율 시장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쌓여 오늘의 정헌율을 만들었습니다. 익산과 함께 걸어온 시간들이 더 큰 전북의 미래를 견인할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일 잘하는 도지사'를 구호로 내건 이유도 '작은 노력'을 쌓아 큰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은 '외유내강(外柔內剛)', 즉 '겉은 부드러우나 속은 강하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가슴에 품고 산다.

안호영, 절제된 언어와 품격의 전달

이재명 당대표 수석대변인 시절에 기자들이 안호영 의원의 논평에 대해 "강한 메시지로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을 꼬집지만 절제된 언어와 진지한 전달력이 품격 있다"라며 '외유내강 대변인'이라고 불렀다.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은 '외유내강(外柔內剛)', 즉 '겉은 부드러우나 속은 강하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가슴에 품고 산다. ⓒ안호영 의원 페북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일화를 계기로 안 의원도 '외유내강'을 좋아하게 됐다. 실제로 그는 밖으로는 부드러운 정치인이지만 지역발전과 도민을 위한 일이라면 뒤로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으로 전북도정을 새롭게 재설계하겠다며 도민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 참여하는 혁신적 구조 구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원택 의원(군산 김제 부안을)이 가장 아끼는 말이자 삶의 중심에 놓아온 사자성어는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높은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제8장에 나온다.

이원택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한다. 이원택 의원은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물처럼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도민 속으로 흘러들어갔고 낮은 곳의 목소리를 듣고 갈등과 어려움이 있는 곳이면 가장 먼저 찾아갔다.

▲이원택 의원(군산 김제 부안을)이 가장 아끼는 말이자 삶의 중심에 놓아온 사자성어는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높은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제8장에 나오는 말이다. ⓒ이원택 의원 페북

도민의 목소리가 흐르는 방향으로 정책을 틀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상선약수'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 기준이자 인생 철학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물처럼 고집스럽지 않되 꺾이지 않고 높은 곳에 교만하지 않되 소임을 다하는 리더십으로 도민과 전북을 위해 흐르겠다"고 다짐한다.

김관영 현 전북지사가 애용하는 사자성어는 '도전경성((挑戰竟成)'이다. '도전하면 결국 성공한다'는 뜻으로 전북도가 '2023년 도정 사자성어'로 선정한 표현이다.

김관영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

김관영 지사는 민선 8기 2년차를 맞아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 비전 실현과 더불어 도민과 함께 전진·도약·웅비하는 한해가 되기 위해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긴 사자성어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관영 현 전북지사가 애용하는 사자성어는 '도전경성((挑戰竟成)'이다. '도전하면 결국 성공한다'는 뜻으로 전북도가 2023년 도정 사자성어로 선정한 표현이다. ⓒ김관영 전북지사 페이스북

기업 유치와 경제 회복,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 등 성장 동력을 확보해 혁신과 도약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도전경선'은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다. 시간과 노력의 관점에서 보면 돌파와 용기를 통해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향후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북지사 출마예정자 4인의 '사자성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갈등보다 조정과 균형을 중시하고 방향을 분명하면서도 방식은 열어둔다는 점이다.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끈기'를 읽을 수 있는 점도 공집합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어려워도 끝까지 부딪히고(도전경성)는 스타일 △다투지 않고 이롭게 하는(상선약수) 성향 △겉은 부드럽되 속은 강인한(외유내강) 성품 △작은 노력이 쌓여 큰 성과를 거두는(적토성산) 방식 등은 모두 단기적 성과보다는 시간을 기다리는 리더십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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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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