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새만금이 '도박장'으로 가야 할 만큼 망했나?

요즘 새만금 얘기만 나오면 꼭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이제는 지체하면 안 된다.”

맞는 말이다. 지체하면 안 된다. 그런데 왜 결론이 늘 카지노인가.

최근 전북발전연합회가 새만금에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광, 문화, 동북아 거점. 귀에 익은 말들이다.

문제는 이 말들이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실패한 개발의 변명으로 쓰여왔다는 데 있다.

도박장은 비전이 아니라 패배 선언이다.

솔직히 말하자. 도박장은 지역 발전의 아이디어가 고갈됐을 때 마지막으로 꺼내는 카드다. 제조도 안 되고, 산업도 안 되고, 사람이 안 모일 때 “일단 돈부터 돌게 하자”는 유혹. 이건 도약이 아니다. 항복에 가깝다.

새만금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고 “그래도 카지노면 뭐라도 되지 않겠냐”는 체념만 남았다.

도박은 산업이 아니라 중독이다. 오픈 카지노는 단순한 관광시설이 아니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도박장이다. 이건 분명히 말해야 한다.

도박 중독, 가계 파탄, 범죄 증가, 지역 공동체 붕괴, 이미지 추락.

이건 이념 문제가 아니다. 통계와 현실의 문제다.

강원랜드를 보라. 지역경제가 살아났는가? 아니다. 돈은 카지노로 빨려 들어갔고, 빚과 절망은 지역에 남았다.

도박은 돈을 벌게 하지 않는다. 돈을 빼앗는다. 그것도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서.

'사람과 자본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말의 허상! 카지노를 옹호하는 쪽은 말한다. 사람이 모이고, 자본이 모인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머물 사람인지, 그 자본이 지역에 남을 돈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카지노에 모이는 건 일자리를 만들러 오는 사람도, 삶을 꾸리러 오는 기업도 아니다. 돈을 잃으러 오는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자본이다.

▲ 이진우 국립군산대학교 특임교수ⓒ

새만금의 실패를 가릴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카지노가 아니다. 정직한 평가다.

왜 산단은 비어 있는가?

왜 기업은 오지 않는가?

누가 책임졌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카지노부터 들이겠다는 건 실패를 덮기 위해 더 큰 실패를 얹는 꼴이다.

도박으로 지역을 살리겠다는 발상, 이제는 멈춰야 한다.

새만금은 대한민국 최대의 국가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그 끝이 도박장이라면, 그건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의 부끄러운 결말이다.

우리는 더 이상 미래가 막힐 때마다 도박을 꺼내 드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 개발은 사람을 살려야지, 사람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묻고 싶다! 정말 새만금은 도박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곳인가?

그렇다면 문제는 새만금이 아니라 정책을 만든 사람들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