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과 오월단체들이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에 설치된 '전두환 기념판'에 대해 기존의 '철거' 입장에서 선회해 "존치하되 역사적 과오를 명시하는 안내판을 함께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5·18기념재단은 이와 같은 내용의 공식 협조 요청 공문을 최근 기념탑 관리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재단은 당초 지난 6월 전두환이 내란죄 등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법적 근거를 들어 해당 기념판의 철거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이후 5·18 단체와 광주시, 전문가 등이 참여한 '5·18 역사왜곡 이슈대응 TF 회의'와 5·18 공법단체와의 협의 과정에서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됐다. 단순 철거는 군사독재 시절의 역사적 증거를 소멸시킬 우려가 있는 반면, 기념판을 보존하며 그 옆에 설명문을 보완하는 방식이 역사 기록 보존과 역사왜곡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재단은 새로운 안내판에 △1980년 전후 국가폭력과 5·18의 관계 △전두환의 내란·반란죄 유죄 확정과 예우 박탈 사실 △기념판 설치의 체제 선전적 성격 △민주주의 관점에서의 재해석과 교육적 의미 등이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제주 4·3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 옆에 그의 행적과 국가폭력의 실상을 알리는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을 설치한 사례와 맥을 같이한다.
재단은 "전두환 등 신군부 기념시설은 개인을 기리는 대상이 아니라 군사독재 시절 국가권력이 가해자를 어떻게 미화하고 정당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이라며 "아무 설명 없이 철거해 수장고에 보관하면 국가폭력의 책임과 철거의 의미가 사회적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만약 한국농어촌공사가 기존 방침대로 기념판을 철거할 경우를 대비한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철거 시에는 현장에 철거 사유와 역사적 배경을 명시한 새로운 기념판을 제작·설치하고 기존의 '전두환 기념판' 원본은 5·18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기록·보존될 수 있도록 광주로 이관해달라는 것이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민주사회에서의 역사 정리는 불편한 과거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분명히 설명하고 기록하는 데 있다"며 "전두환 기념판 역시 철거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주의의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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