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수도권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존 전력망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년간 안보 규제로 개발이 제한돼 온 경기 북부·접경지역을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생산된 전력을 HVDC 기반 초고압 직류송전망으로 수도권과 국가 전력망에 직접 연결하는 ‘평화기후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방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지난 12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평화기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토론회」는 박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파주시을)이 주최하고, 이학영·윤후덕·김주영·김병주·김용민·강득구·김영환·김태선·박지혜·박해철·이병진·이용우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정 의원을 비롯해 김병주 의원(남양주시을), 유동수 의원(인천 계양구갑), 김주영 의원(김포시갑), 박해철 의원(안산시병) 등 다수의 국회의원이 참석해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북부와 접경지역은 넓은 유휴부지와 우수한 일사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오랜 기간 군사·안보 규제로 인해 개발이 제한돼 왔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이 지역은 약 11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한 국가 전략지대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생산지와 소비지를 직결하는 새로운 전력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주성관 고려대학교 교수가 맡아 전체 논의를 이끌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발제에서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영농형 태양광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성을 제시하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와 계획입지 제도 부재 등 제도적 한계를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그는 “접경지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상생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정책실장은 국내외 재생에너지 정책 동향과 함께 RE100 확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통상 환경 변화를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환경 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며 “접경지역을 활용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은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토론자로는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최명환 한국전력공사 계통기획처 실장, 한병화 유진증권 이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전력망 구축과 계통 안정성, 투자 환경 조성, 주민 수익 공유 모델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도입과 배전망 확충, 주민 참여형 수익 구조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논의는 이미 국회 차원의 정책 제안과 예산 반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정 의원은 접경지역을 미래 에너지 생산의 중심지로 전환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직결하는 ‘경기북부권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방안을 국정감사에서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이후 정부는 정책 검토에 착수했으며,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기초 연구용역비 4억7천만 원이 신규 반영돼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박정 의원은 “평화기후 에너지고속도로는 단순한 전력망 사업을 넘어, 접경지역을 규제의 공간에서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라며 “경기도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경기북부 접경지역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