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가”라는 질문…李 대통령이 새만금에 던진 ‘첫 신호’

숫자보다 공간, 선언보다 실행…김의겸 청장 기자회견으로 읽는 ‘이재명식 국책사업 관리’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새만금 태양광 5GW 확대 계획의 물리적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재생에너지 5GW가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15일 전북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던져진 이 질문의 의미를 다시 짚는 자리였다.

김 청장은 이 질문을 ‘실현 가능성’과 ‘속도’라는 두 단어로 정리했다. 동시에 이 질문이 단순한 기술적 검증을 넘어, 새만금 국책사업 전반을 다시 보겠다는 정치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반복했다. 수상 태양광과 유휴부지를 활용해 5GW, 나아가 10GW까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이 좁은 새만금 안에서 가능한가”, “어디에 설치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목표 수치보다 먼저 면적과 공간, 그리고 실행 조건을 따진 것이다.

김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축소나 후퇴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며 기존 구상을 재확인했다. 다만 방식과 속도는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했다. 선언적 계획은 유지하되, 실현 가능한 경로로 재정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의 질문이 갖는 무게는 새만금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새만금은 30년 넘게 완성 시점이 뒤로 밀려온 대표적 국책사업이다. 2050년을 목표로 한 장기 계획과 대규모 매립 구상은 정권과 정치 상황에 따라 수차례 수정돼 왔다. 대통령의 “물리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이러한 관성을 멈춰 세우려는 제동에 가깝다.


▲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15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김 청장이 “목표 연도를 앞당기겠다”, “장밋빛 청사진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언제까지 무엇을 완성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제시하라는 요구다. 이는 새만금에 국한된 주문이 아니라, 대규모 국책사업 전반에 대한 이재명 정부식 관리 방식의 단면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대통령의 질문 이후 어떤 설계가 제시되느냐다. 김 청장은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구체적 답변을 유보했다. 질문은 던져졌고, 이후 제시될 답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실행 구조와 일정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새만금 사업이 다시 ‘가능성의 언어’에 머물지, 아니면 단계별로 완료 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계획으로 재정리될지는, 향후 설계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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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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