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 전주시 효자동에서 김제로 출·퇴근하는 40대의 K씨는 최근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직장과의 거리는 불과 15㎞인데 상습 정체현상이 심각해 오전 8시30분 출근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동료들의 눈치를 감당하기 힘들어 매월 70만원의 주거비가 더 들더라도 김제에 단칸방 하나를 구했다.
"출·퇴근은 전쟁보다 더 고통이 심한 지옥입니다. 전주와 익산시, 완주, 혁신도시 등에서 차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순식간에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전락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삶의 질이 너무 떨어져 전북을 떠날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K씨는 "전북이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교통지옥으로 돈과 시간을 추가로 써야 하니 이런 세상이 어디에 있느냐"며 "수도권 주민은 성골이고 우리는 육두품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자치도 전주시 효자동에서 완주군 이서면을 거쳐 김제시로 들어가는 716번 지방도의 일부인 20km가량은 4~6차선 도로이다.
전주와 완주, 김제 등 3개 시·군 80여만명의 인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인 까닭에 상습 정체 현상이 빈발한다. 교통정체가 심할 때에는 3㎞ 이상 끝도 없이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
상당수 시민들은 러시아워를 피해 오전 7시부터 방문을 서두르거나 오후 5시부터 퇴근을 하지만 이마저도 협소한 도로를 빠져나가기 힘들어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14개 시·군을 끼고 있는 전북에는 이런 도로가 수두룩하다.
전주시를 중심으로 익산과 완주, 김제, 임실 등지로 뻗어가는 도로가 홍수 차량을 견디지 못해 '짜증 구간'으로 전락해 있다.
광역도로 건설이 시급하다는 원성이 하늘을 찌르지만 그동안은 국비지원의 근거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대상에 전주권이 포함되지 않아 전북지역민들만 심각한 불편과 추가비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 23일부터 발효된 '대광법 개정안'의 시행 50일을 앞두고 광역교통의 개선을 바라는 전북도민들의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5일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를 토대로 할 때 대광법 개정으로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해 필요한 사업은 △전주 종합경기장~완주 원당 도로확장(10.0㎞)에 총사업비 1800억원을 포함한 △전주 효자~김제 용지 도로건설(9.7㎞)에 총사업비 2660억원 등 광역도로 건설사업만 10곳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주 에코시티~완주 삼봉지구 도로확장 4.3㎞(800억원) △전주 효자~완주 이서 도로확장 6.0㎞(1800억원) △전주역~완주 소양도로 확장 4.4㎞(1000억원) 등도 시급한 실정이다.
도로 확장과 터널 추진, 신설 등 시급한 구간만 총 70㎞에 육박하고 있어 삶의 질 확보 차원에서 대대적인 국비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광역도로의 '지옥구간'은 그동안 낙후전북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징적인 차별구간으로 자리해왔다"며 "30년 가까이 대광법 적용을 받지 못해 삶의 질까지 차별받아온 만큼 보상 차원이라도 전북부터 최우선적으로 대광법 국비투자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제안과 현황검토, 경제성 분석, 경제적 타당성 재분석, 관련 부서 의견수렴 등 최종 사업반영까지 10개에 달한다.
신규사업의 경우 △지자체 간 합의 여부 △사업의 추진현황 △사업의 경제성 △지역균형발전 효과 △기타 정책적 필요성 등을 종합 검토해야 하는 까닭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다단계 검토과정에서 그동안 삶의 질을 희생당해온 낙후 전북부터 우선순위를 둬 국비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광법 개정안이 발효된 만큼 전주시를 중심으로 김제, 완주, 익산, 군산을 포함한 전주권 도로 신설 등에 우선 국비를 투자해야 한다"며 "국토부와 정치권은 낙후의 한(恨)을 풀어주고 전 국민의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지역 광역교통부터 대규모 국비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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