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무기력과 낙후의 악순환…전남·광주가 하는데 전북이 못할 일 있나

[이춘구 칼럼]

요즘 전북의 상황은 무기력이 일상화 되면서 낙후의 악순환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민선 8기 3년 5개월 동안 전북의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북의 인구는 10월 말 현재 172만 6,914명으로 2년 전 2023년보다 3만 381명이 감소했다. 순창군 인구 2만 7,078명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전국 인구 중 전북의 비중은 3.37%로 2년 전 3.42%보다 낮아졌다. 전북의 경제 비중도 2%대에 머물고 있다. 거시지표 면에서 전북자치도는 전북의 쇠퇴를 막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북 도민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똘똘 뭉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전북 현안을 풀어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심각한 문제이다.

전북은 2023년 새만금세계잼버리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새만금사업 등 추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경주는 APEC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국제관광도시로서 성가를 확고히 했다. 이로 인해 전주 한옥마을 관광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만금세계잼버리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대회운영능력 미숙 등으로 파행이 빚어진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새만금사업 추진이 상당 기간 지체되고 전북의 평가만 떨어지고 말았다. 경주는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APEC 정상회담 개최 기회를 얻고 이번에 기어코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부안이 방폐장을 유치했더라면 경주 APEC이 아니라 '부안 APEC정상회담'이었을 것이다.

전주·완주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는 지난 주 26일이 최후의 한계선이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나 전북자치도 등 책임 있는 어느 기관도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통합시 설치법 제정과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해 전주시의회와 완주군의회의 의결로 통합문제를 풀어달라는 원로 정치인의 간절한 호소도 메아리 없는 고독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

여기서 통합의 당사자인 전주시민이나 완주군민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별히 완주군민의 행복과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면 금강석처럼 굳게 뭉쳐서 통합을 이뤄냈어야 한다. 광역화와 행정의 효율성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전북자치도와 전주시, 완주군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전북의 무기력한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기업인들은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쉰다. 전북 완주를 떠날 생각 때문이다. 통합이 되면 공장을 증설하고 활력을 찾으려 했지만 이제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렵게 됐다고 한다.

결국 동남아 등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현지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북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전북 정치권고 전북인은 대책 없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그럴수록 전북의 침체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미래의 살 길을 찾아 전북을 떠나고 있다.

전북인의 무기력은 이처럼 전북의 터전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무기력이라 함은 전북도민이 세계사의 조류를 놓치며 내재적 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무기력은 정당한 권리나 기회를 상실하고 정치적 발언권을 축소당하는 것이다.

이춘구 칼럼니스트(前 KBS 모스크바 특파원)ⓒ

정치적 입지가 위축되면 전북에 가해지는 여러 차별과 소외가 더 큰 압력으로 전북을 더 왜소하게 만들 것이다. 더 작아지는 전북은 자구력을 잃고 기업들은 투자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전북을 더욱더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무기력은 전북인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전북의 앞길을 막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북인에게 천형처럼 다가오는 무기력증을 극복하지 않으면 전북은 살 길이 없다. 줄기차게 주장하는 바는 전북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자세히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사실 정치권은 기대 가능성이 낮다.

전북인 스스로 농노적 상태에서 벗어나 전북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전북 전주와 동류인 광주광역시는 중요한 고비마다 목소리를 높여 지역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과 광주가 하는 데 전북 전주가 못할 일이 있겠는가? 전북인 스스로 돌아보고 성장과 도약의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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