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도 프리랜서, 특수고용,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이들을 '노동자'로 추정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관련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 노동계는 정부가 준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도 노동자 추정제는 담기지 않거나 의미없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 중이다. 또 차별을 조장하는 이상한 특별법 말고,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길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진지한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노동자라는 이름을 빼앗겨 권리까지 박탈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편집자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콜이 끊겨요. 왜 배차가 안 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같은 거리인데도 배달운임이 들쭉날쭉해요. 왜 이 금액이 나온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배달노동자는 일하면서도 일감이 어떤 기준으로 배정되는지, 보수가 어떤 원리로 결정되는지 알 수 없다. '알고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업무지시가 내려오지만, 플랫폼기업은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결국 노동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 그 뒤에서 무엇이 노동자를 평가하고 조정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쿠팡을 상대로 한 질의가 진행됐고, 이해민 국회의원실의 요청에 따라 배달앱별 어뷰징 방지 정책이 공개됐다. 이 자료에서 부정행위 기준과 현장 노동자의 증언을 함께 살펴볼 때, 배차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설정되는지 일정 부분 추정할 수 있다.
쿠팡이츠는 예상 시간보다 배달이 오래 걸리면 '부정행위'로 분류하며, 현장에서는 픽업과 배달을 빠르게 처리하는 노동자에게 콜이 집중된다는 증언이 나온다. 배달의민족은 배차 거절이 많으면 부정행위로 본다는 기준이 확인됐고, 현장에서는 배차 수락률이 높은 노동자에게 콜이 몰린다고 한다.
현재 알고리즘은 속도 경쟁을 부추기고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플랫폼기업이 알고리즘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생긴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노동자는 그 지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더 빨리,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도록 요구받으며 과로와 사고 위험은 커지고, 노동자는 알고리즘이 정한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지난 11월 21일, 고용노동부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겠다고 발표했다.
① 표준계약서 법제화하겠습니다.
② 보수가 지급되지 않을 때,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겠습니다.
③ 경력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은 플랫폼기업의 위험성을 통제하지 못한다. 플랫폼 아래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현재 규제가 없어, 플랫폼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통제를 강화하며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배달업이 4년 연속 산재사고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11월 25일, '로드러너 도입저지 공동투쟁'에는 100여 명의 지방 배달노동자가 오토바이를 뒤로 하고 현장에 참여했다.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배달노동자, 상점주, 시민들은 함께 외쳤다.
"독재자 배달앱, 플랫폼기업을 규제하라!"
그 간단한 방법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 추정제도'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 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이 있다. 논의의 출발점은 법과 제도 바깥에서 돕는 것이 아니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울타리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실질적 해결의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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