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기여금’과 ‘연금’ 그리고 ‘세금’

초임 교사 시절에는 월급을 노란 봉투에 현금으로 넣어 주는 것을 받았다. 어머니께 드리면 용돈 5만 원을 건내주시면서 수고했노라고 격려해 주시곤 했다. 당시 초봉이 23만 원이었다. 그 중에서 일부를 기여금이라는 명목으로 떼고 주었다. 도대체 기여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대 선배인 선친께 여쭤보았다. 그것은 나중에 연금으로 돌려준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참으로 불편했다.

교직에 근무하다가 입대하여 군생활을 마치고 복직했더니, 그동안 밀린 기여금과 의료보험을 내야 한다며 엄청난 액수를 월급에서 차감하고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립고등학교에 근무하다가 사립대학으로 옮겼더니, 공립과 사립은 연금이 다르다고 하면서 인정해 주지 않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인정해주겠다고 그동안 밀린 것을 내라고 한다. 그래서 5년 동안 이자까지 월 200만 원 씩 내고 나서야 지금의 연금을 제대로 수령하고 있다. 참으로 힘든 세월이었다. 꼬박 33년을 내고, 그 후에도 퇴직하지 않고 8년을 더 근무했으니, 연금공단에서는 8년 동안 연금을 운용해서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니 40년을 넘게 기여금(?)을 내며 국가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일반인들은 교수 연금이 많다고 하지만 40년 넘게 내고, 세금도 퇴직 직전에는 38%를 냈으니 적은 액수는 아니다. 아내도 40년 가까이 기여금을 냈고, 지금은 연금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필자나 아내가 먼저 죽으면 지금 받는 액수의 30%만 배우자에게 지급된다고 한다. 그동안 국가에 기여한 것이 얼마인데, 맞벌이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는 배우자에게 60%를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단지 함께 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

며칠 전 신문에 “77만원 vs 68만원...‘돈 한푼 안 낸’ 생계급여에 역전당한 국민연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국민연금 열심히 낸 사람은 67만 9924원을 받고, 생계급여는 76만 5444원이라고 한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생계급여보다 국민연금을 열심히 낸 사람이 덜 받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말이다.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필요할 때만 기여금이라고 하고 줄 때는 아까워서 깎으려고만 노력하는 모습이 비겁하기 짝이 없다.

기여금(寄與金) : 연금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공무원이 매달 부담하는 금액

연금(年金) : 정부나 회사 등의 단체가 일정 기간 동안 개인에게 해마다 주는 돈

세금(稅金) : 국가나 지방 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돈

그러니까 기여금은 연금을 주기 위해 공무원(혹은 그에 준하는 직장인)에게 매달 부담하는 것으로 연금을 타기 위해서 개인이 부담하는 돈이다. 보통 20년을 부담해야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다고 들었다. 연금은 정부나 회사 등의 단체가 일정 기간 동안 개인에게 해마다 주는 돈이다. 보통은 계약상의 근무기간이 끝나거나 사회에 공로가 있는 사람(예를 들면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는 것이다. 지급은 통상 받는 사람의 여생 동안 계속되며, 때로는 미망인이나 다른 유족에게 이어진다.

하지만 필자의 선친도 76세에 돌아가셨고, 주변에 알고 있는 많은 교사나 교수들의 경우 80세까지 산 선배들이 드믈다. 과거에 어느 후배가 한참 계산을 하더니, “형님, 연금을 80세까지 타 먹어야 또이또이여요(낸 액수와 타는 액수가 같다). 형님을 무조건 여든 살은 넘게 살아야 해요.”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그 친구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여든 살까지 연금을 타야(그래야 15년이다. 기여금을 낸 것은 40년이 넘는다) 자기가 낸 것을 받을 수 있고, 그 전에 죽으면 낸 돈도 다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 말이지만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교사나 교수의 월급 통장은 유리 봉투라는 말이 있다.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탈세할 수도 없다.

연금을 타면서 다른 소득이 있으면 일정액이 넘으면 연금도 줄어든다. 참으로 희한한 셈법이다. 늙은 사람은 일하지 말고 놀라는 말이다. 세금 낸 만큼의 혜택을 주어야 하고, 연금 부은 만큼 수령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에 기여한 바가 있는데, 맞벌이했다고 연금까지 반으로 깎는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누군가 우리나라는 이혼을 권장하고, 혼인 신고도 늦게 해야 혜택을 본다고 하더니 눈앞에 닥치니 실감이 난다.

어지럽고 힘들어도 여든 살까지 살도록 죽어도 죽지 말아야겠다. 아이고,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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