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뿌리' 민자당보다 극우로 향한 국민의힘

[최창렬 칼럼] "우리가 황교안이다" 선언이 드러낸 국민의힘의 좌표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내란 선동)로 12일 체포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 말이다. 극우라는 평가를 받는 장 대표의 말이지만 극언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정당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누가 황교안이란 말인가. 국민의힘은 불법계엄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물론 탄핵 반대 입장도 바꾸지 않으면서 내란정당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내란 프레임이라고 반발한다. 위헌·불법적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며 국회의장 등의 체포를 주장한 것 자체가 내란 선동 행위다. 내란이 진행되는 누란의 위기에서 이에 저항하지는 못할망정 내란을 옹호하고 적극 지지하며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 체포를 주장하는 말에 동조하고 부정선거론에 힘을 싣는 제1야당의 대표는 대표 자격이 없다.

지난 달 17일 장 대표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 당 대표 경선 때 공약이라고 하지만 내란 세력과 절연하기는커녕 헌정질서 전복을 시도한 내란세력 편에 선 반헌법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내란몰이고 정치보복 광풍"이라고 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적극 임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자성은 찾아볼 수 없고 표결 방해 혐의까지 옹호하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건을 정쟁화하면서 '이재명을 끌어내고 탄핵해야 한다'고 한다. 지지율이 50~60%대인 정권을 무슨 근거와 명분으로 탄핵한단 말인가. 정치적 발언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선 불복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나아가 내란 행위 자체를 옹호하는 지경에 까지 온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

국민의힘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끌었던 자유한국당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요량이 아니고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극우적 인식과 분명하게 절연해야 한다.

숱한 지적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행보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공학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나락에 빠트릴 뻔 한 내란과 위헌적 계엄에 대해 옹호하고 비호하는 듯한 행위가 민주공화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기본 인식도 없는 정당은 정당 자격 자체가 없다.

장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발언으로 당내 비판이 나오자 "사전에 계획해서 나온 발언"이라며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테니 방송에 나가서 비판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으로 지지층이 결집하고 중도층에 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과거 보수정당들의 궤적을 봐도 자유한국당의 극우적 행태를 제외하고 지금의 국민의힘과 같이 국민 일반과 괴리를 보였던 정당은 찾기 어렵다.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하여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도 전두환의 5공 정권의 집권당이었던 민정계(민자당 내의 민주정의당 계파)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극우화하지 않았고, 김영삼 정부의 신한국당 역시 개혁적 보수의 정치적 지향을 보였다. 이후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쳐 황 전 총리가 이끌었던 자유한국당에 와서 극우적 색채를 드러내면서 보수가 극우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보수의 본류로 돌아오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찾을 수 없다. 내란 특검 등의 수사 비판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정권 비난의 수위를 높인다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장 대표의 '우리가 황교안' 발언이 사전에 계획된 발언이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그런데도 장 대표는 '이재명을 끌어내려야 한다'며 전국 장외집회에 돌입했다. 지지율 과반이 넘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끌어내리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언제나 보수가 보수다워지려는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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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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