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식'과 '개헌 논의'는 상호 대립적인가?

[기고] 천주교정의평화연대에 대한 반론

1.

조국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23일 혁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되었다. 다음 날인 24일 뉴스를 떠들썩하게 달군 것은, 조국이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내놓은 '제 7공화국 헌법으로의 개헌' 주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특히 천주교정의평화연대가 성명을 통해 그 같은 공격의 선두에 섰다.

해당 성명의 요지는 내란종식의 절체절명적 목표 달성이 시급한 지금 조국 대표가 제출한 개헌논의가 매우 섣부르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그의 발언이 "논점을 흐리고, 본질을 덮고, 국민의 분노를 분산시키고, '개헌 논쟁'이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이슈를 빨아들이는 것"이며 이 같은 (역량분산에 뒤따를) 국면 전환이야말로 "정작 내란 세력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개헌논의야말로 조국이라는 정치인의 "판단력과 지도력 결함"의 증거라고까지 비약하고 있다.

국가 각 영역에서 끈질기게 지속되는 극우 기득권 세력의 저항. 특히 내란 재판을 둘러싸고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사법부와 그 구성원들의 반동적 작태를 보노라면,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의 파천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것이 정치경제사회적 개혁의 결정적 발목을 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의평화연대 성명서에 담긴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이유다.

2.

하지만 해당 성명 안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뚜렷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첫째는, '내란 종식'과 '개헌 논의'가 상호배제적인 대립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현재와 앞날을 분담하여 규정짓는 이 두 가지 이슈는 동시적 진행이 불가능한 충돌적 명제가 아니란 뜻이다. 내란종식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바로 세우는 최우선적 과제이자 절대적 목표이다. 반면에 7공화국 헌법으로의 개헌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둥을 새로 세우고, 제도 혁파를 통한 경제사회적 총체로서 국가 개혁의 기반을 만드는 미래적 1차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제 7공화국 수립을 위한 개헌'이라는 양대 목표는 병존이 가능하며, 역설적으로 반드시 병존이 되어야만 하는 과업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나라의 현재에 심각한 독소를 뿌리고 있는 내란세력의 절멸이 최우선 과제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공존하는 (결코 못지 않은) 다른 모든 역사적 과제를 완전히 삼키게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모든 개혁 지향 정당들과 시민사회의 총체적 역량이 그 같은 '종식 과업'에만 절대적으로 투입되면 어떻게 되는가.

그러한 전적 집중이 혹시 중요성에서 결코 못지 않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그밖의 시급한 정치경제사회적 난제 해결을 후순위로 젖혀 놓는 결과로 귀착될 위험은 없는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둘째는 '내란종식'이라는 이슈가 지닌 포괄성과 비구체성 나아가 추상성의 문제다. 내란종식이 구호처럼 외쳐지지만 정작 해당 각론이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성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민주당을 비롯한 제 정당과 시민사회의 합의 또는 세부 계획이 도출된 적이 있는가.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3.

거꾸로 어떤 의미에서 제 7공화국 수립을 향한 헌법 개정이야말로 근원적 민주주의와 경제사회적 제도, 법 제도의 척추를 이루는 국가 시스템의 틀을 전면적으로 새로 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내란종식'과 직결되는 것은 아닌가?

개헌이야말로 새로운 민주평등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기본틀을 만들어가는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현재 격렬히 진행 중인 국가 각 분야에서의 내란종식 작업은 그러한 새로운 헌법 프레임 안에 채워넣을 구체적 '콘텐츠'의 출발지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오히려 천주교정의평화연대가 조국과 혁신당에 제기한 비판은, 우리 사회 개혁 역량의 깊이와 넓이가 과연 내란종식과 개헌의 양대 목표를 함께 추구하고 완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건 아닌가를 묻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패배주의적이고 (관념에 매몰된) 비 전략적 주장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반론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4.

E. H. 카의 고전적 명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구조적 연속체'라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이 점에서 내란종식은 오늘 대한민국의 역사적 과업이고 개헌은 미래 대한민국의 핵심 목표임에 틀림이 없다.

현재를 실행하면서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국가의 오늘을 바로 세우는 내란 척결과 민주주의와 경제적 평등이 꽃처럼 피어나는 새로운 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 과업이 동시에 실행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조국혁신당 조국 당 대표가 23일 오후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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