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펠젠라이트슐레 극장에서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 ‘Holländer’을 맡아 노래한 바리톤 안민수가 오는 26일, EBS FM <정경의 클래식 클래식>에 출연한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공연되는 바그너 오페라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동양인에게 주역을 맡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바그너는 다른 오페라에 비해 아시아 성악가들의 미개척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바리톤은 테너보다 낮고, 베이스보다 높은 음역을 가진 남성 파트로 중간 음역대에서의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은 물론 힘 있고 강한 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체구가 크고 육중한 유럽 남성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더 나아가 바그너의 음악은 엄청난 성량과 지구력, 또 독일 언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좀처럼 동양인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인 바리톤 안민수가 주역으로 발탁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안민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6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안민수는 생방송 중에 슈만의 <미르테의 꽃> 중 ‘그대는 한 송이 꽃과 같이’와 <시인의 사랑> 중 제1곡부터 7곡까지를 연주하고 음악가로서 걸어온 삶의 여정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바리톤 안민수는 뒤늦게 노래를 시작했지만 각고의 노력과 성실함으로 경력을 만들어낸 성악가다. 군대를 다녀온 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나 2009년 빈시립음대에 합격했고 콩쿠르와 빈·그라츠·잘츠부르크 오페라 무대에서 경력을 쌓은 후 빈국립음대 최초의 동양인 성악 강사라는 기록도 세웠다.
2014년 빈에서 열린 ‘피델리오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16회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및 특별상, 2015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제2회 ‘Giangiacomo Guelfi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2019년 오스트리아 푀르트샤흐에서 열린 26회 ‘브람스 국제 콩쿠르’ 현대곡 해석 특별상, 2021년 체코 이흘라바에서 열린 ‘Gabriela Benackova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및 특별상 등을 줄줄이 거머쥐며 유럽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바리톤 정경이 DJ를 맡고 있는 EBS FM <정경의 클래식 클래식>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EBS FM(수도권 기준 104.5MHz), EBS 인터넷 라디오 ‘반디’,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 ‘반디’ 등을 통해 들을 수 있으며 바리톤 안민수가 출연하는 26일 이후에도 첼리스트 문태국, 아레테 콰르텟, 피아니스트 손정범(경희대 교수), 트리오서울(조진주/바이올린, 브랜넌 조/첼로, 김규연/피아노) 등 클래식의 전통을 이어온 명사들과 우리나라를 빛내고 있는 연주자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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