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원화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값이 급등하는 등 국내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였다. 한 달 사이 1.44포인트 하락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와 비교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가를 보여주는 환율이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을 밑돌면 저평가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말(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컸던 올해 3월 말의 89.2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화와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도 그에 따라 폭락세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원화 가치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주유소 기름값은 4주 연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6~20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당 25.8원 오른 1729.7원이었다.
휘발유값은 지난주 36주 만에 1700원선을 처음 돌파한 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4주간 매주 20원대씩 상승하는 모양새다.
지역별 휘발유값을 보면 서울이 전주 대비 25.1원 오른 1799.1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1800원선 돌파가 목전이다.
경유값은 휘발유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 11월 셋째 주 경유 가격은 전주 대비 38.5원 오른 1636.6원이었다.
경유 가격이 주간 가격 기준 1600원대에 진입한 건 2023년 11월 넷째 주(1607.8원)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도 국내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0.82(2020년=100)로 전월보다 0.2% 올랐다. 9월(0.4%)에 이어 두 달째 오름세가 이어졌다.
세부 품목을 보면 D램(28.1%), 플래시메모리(41.2%)가 급등하면서 관련 부품이 사용되는 주요 전자제품에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거세졌다.
수입품을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9월 대비 0.9% 올랐다. 이는 작년 4월(1.0%)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원재료(1.5%), 중간재(1.0%), 최종재(0.3%) 모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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