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이하 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12명이 숨졌다. 파키스탄 당국이 곧바로 사건이 인도 및 아프가니스탄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 지역 긴장이 재차 고조될 위험이 커졌다.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도 테러 가능성이 있는 자동차 폭발이 발생해 10명이 숨진 상황이다.
영국 BBC 방송,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11일 오후 12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 법원 단지 입구에서 폭탄이 터져 12명이 죽고 2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정오가 막 지난 시점에 법원 건물에 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약 15분 뒤 건물 밖 경찰차 인근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법원 단지엔 소송 당사자, 변호사 등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법원 단지는 의회, 총리 집무실 등 주요 국가 기관과도 10km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찰은 사망자 전원이 행인 혹은 법원을 방문한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부상자 중엔 경찰 4명이 포함됐다.
나크비 장관은 현장에서 발견한 유해 일부를 용의자의 것으로 식별했고 이를 통해 이번 사건을 자살 폭탄 공격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엔 용의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번 공격은 50명 이상이 숨진 2008년 메리어트 호텔 폭탄 테러 이후 이슬라마바드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다.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분파인 자마트 울 아흐라르(JuA)가 사건 배후를 자처했다. 다만 해당 단체 지휘관 등은 <AP> 통신을 포함한 언론에 JuA 및 TTP 중앙 지도부가 사건과 연관이 없다는 별도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파키스탄 쪽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별도의 조직이지만 이념 성향이 일치하는 TTP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인도가 TTP를 지원한다고 비판한다. 아프간과 인도 쪽은 이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전날에도 무장 세력에 의한 사관학교 공격 시도가 발생했다. <AP> 에 따르면 파키스탄군은 10일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와나에 위치한 사관학교에 자살 폭탄 테러범이 차량에 폭발물을 싣고 학교 정문으로 돌진했고 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무장 세력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학생이나 교직원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파키스탄군은 공격 배후를 TTP로 지목했지만 TTP는 혐의를 부인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두 사건 관련 근거 제시 없이 인도를 비난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두 사건 모두가 역내 인도 국가 테러리즘의 최악 사례다. 세계가 인도의 이러한 사악한 음모를 규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명백히 정신 나간 파키스탄 지도부가 제기한 근거 없는 혐의를 분명히 거부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으로 양국 간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4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무장 세력이 주로 인도인인 관광객인 26명을 살해한 뒤 양국은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다. 인도가 파키스탄이 해당 공격에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파키스탄이 부인하며 5월 초 군사 충돌이 발생했고 70명 이상이 숨진 끝에 나흘 만에 마무리됐다.
파키스탄 테러는 전날 인도 수도에서 테러 가능성이 있는 자동차 폭발 사건이 발생한 뒤 일어났다. 미 CNN 방송을 보면 10일 뉴델리 유적지 붉은 요새 인근에서 일어난 자동차 폭발에 휘말려 10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쳤다. 인도 보안 당국은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해당 사건이 테러방지 기관으로 이관됐다고 확인했다. 델리 북부 경찰은 이날 취재진에 반테러법에 따른 "첫 정보 보고"가 등록됐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1일 부탄에서 행한 연설에서 해당 사건 관련 "우리 기관들이 이 음모의 진상을 밝힐 것"이며 가해자들이 "고통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이번 테러 관련 아프가니스탄도 겨냥했다.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린 전쟁 상태에 있다"며 "이 전쟁을 이슬라마바드까지 끌고 온 것은 카불(아프간 수도)로부터의 메시지로, 파키스탄은 이에 대응할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은 지난달 9일 카불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을 계기로 국경 인근에서 무력 충돌을 벌이다 열흘 뒤 휴전했지만 지난 주말 양국 간 3차 휴전 회담이 결렬되며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탈레반이 운영하는 아프간 외무부는 11일 이슬라마바드 테러를 규탄하고 "깊은 슾픔"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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