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벽면이 철거된 서귀포 극장의 보존 방안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중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총괄.공공건축가 콜로키움' 행사를 마친 뒤 서귀포 극장 철거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삶의 풍경이 들어있는 건축이 중요하다"며 극장 철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시네마천국'으로 잘 알려진 시네마 파라디소(Cinema Paradiso, 1988)영화를 언급하며 “요즘 우리의 건축기술은 뛰어나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잘 지어도 못하는 것이 있다"며 "그것은 시간의 힘이 쌓인 공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축물일수록 오래된 것은 어떻게든 보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중섭미술관과 연계해 새로운 명소를 만들자”라고 말했다.
제주도 건축사회 현군출 회장은 철거 결정 과정에서 건축 전문가들의 참여 기회가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현 회장은 서귀포 극장 활용을 위해 "현재 건축 3단체를 중심으로 안전을 전제로 하는 보강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이중섭미술관과 연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김원칠 서귀포시 부시장은 서귀포 관광극장이 정밀안전등급에서 E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철거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 부시장은 "서귀포 관광극장이 정밀안전등급에서 E등급 판정을 받았고, 이중섭미술관 신축공사 과정에서 건축물이 전도될 위험이 있어 안전을 위해 철거하게 됐다"면서 "보강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제주건축계와 지역주민, 문화예술인과 활용방안에 대해 협의를 하면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건축가회 박경택 회장과 제주도 양성필 총괄건축가는 근대자산을 지켜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서귀포 관광극장은 기초자산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자산등록이 안 됐다"면서 "실질적인 보존방안을 위한 현실적인 법률이나 조례개정에 대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양 건축가는 “총괄.공공건축가 제도를 만들어놓고 왜 묻지를 않았나? 공공건축가 제도는 공공건축에 대한 자문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서귀포시는 공공건축가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진애 위원장은 더 좋은 장소로 거듭나기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입장을 거듭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그 발걸음에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며 "서귀포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 제주의 땅, 서귀포시의 풍경, 이중섭의 기억, 이 시대 건축문화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서귀포극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귀포 관광극장은 지난 1960년에 건물이 준공된 후 1963년 '관광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관했다. 당시 영화 상영과 학예회, 웅변대회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리며 서귀포 시민들의 주요 여가 문화 공간으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 잇따른 화재 등으로 인해 1999년에 문을 닫은데 이어 강풍으로 인해 지붕이 없어진 뒤에는 외벽만 남은 채 야외 공연장이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됐다.
2023년 12월 서귀포시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으며, 2025년 5~8월 실시된 정밀 안전진단 결과 E등급(최하 등급) 판정을 받아 서귀포시는 철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역 시민 단체와 건축계는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이라는 점을 들어 강력 반발해 철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