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덕진공원에 추진 중인 메모리얼파크(가칭) 조성사업이 시인의 문학비를 강제 철거해 논란이 된 가운데 공사가 잠시 중단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2028년까지 약 550억 원을 투입해 덕진공원을 한옥마을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조성하는 ‘대표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며 메모리얼파크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31일 시 관계자에 따르면 “메모리얼파크 사업은 공원 내에 흩어져 있던 비석, 시비 등을 한곳에 모아 시민들이 추모와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덕진공원 내 신석정·이철균·백양촌 시인의 시비 세 기가 예고 없이 철거돼 인근 체련공원 배드민턴장 주변으로 옮겨지면서 지역 문단과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해당 시비는 1980년대 전주시민의 모금으로 세워진 것으로 전주문인협회는 "문화공간의 상징적 조형물을 사전 협의 없이 이전했다"고 반발했다.
									
철거 배경에 대해 시 관계자는 “1970~80년대 무분별하게 설치된 지장물들이 산재해 있어 정비 차원에서 한 곳에 모으려는 계획이었다”며 “당초 공고 당시 시비 관련 별도 의견이 접수되지 않아 시 소유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는 메모리얼파크 조성공사를 최근 ‘일시 정지’하고 문인협회와 협의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이날 “시비 문제에 대해 오늘 중 협의를 마무리하고 올해 안에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시비에 대한 협의지만 전체 사업이 수일째 멈춘 상태에서 내부 조율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메모리얼파크에는 총 19점 조형물이 들어설 계획인데 여기에는 6·25 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서예비, 예술가비, 연극인 흉상 등이 포함돼 있으며 모두 성격과 주제가 서로 다르다.
이에 시 관계자는 “문화예술 범주로 구성하려 했지만 명확한 분류는 어렵다”고 밝혔으나 문화계에서는 “말이 좋아 메모리얼 파크지 열린광장 조성사업 추진과정에서 철거된 처치 곤란한 비석들을 주제도 없이 섞어 놓은 비석 하치장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덕진공원 열린광장 조성 과정에서 다수의 조형물들이 철거돼 외곽으로 이전된 상태며 공원 내부에는 전봉준·김계남·손화중 장군 추모비 등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념물 3점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시청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광재 소설작가는 “시비뿐만 아니라 문화공원을 조성한다면서 덕진공원 언덕을 없애고 나무 200~300그루를 뽑았다. 일부는 벌목해 폐기하고 일부만 옮겨 심었고 30년간 가꾼 숲을 전주시가 베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기초공사는 마무리됐으며 오늘 중 올해 안에 공사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협회와 협의하고 이를 토대로 메모리얼파크 조성안 전반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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