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보다 무서운 트럼프'…미 핼러윈 '반트럼프 장식' 일파만파

보건장관 이웃들은 해골과 함께 백신 정책 항의 메시지로 집 장식

이달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인 '노킹스데이(왕은 없다)'가 확산한 가운데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축제인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핼러윈 장식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도 퍼지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장관의 이웃들은 앞마당에 백신 정책에 항의하는 핼러윈 장식을 내걸기도 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이 30일째 이어지고 있는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곧장 백악관에서 핼러윈 행사를 열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워싱턴DC에서 일부 주민들이 자택에 핼러윈 장식을 하며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주민 도나 브레슬린(79)은 미 의회의사당과 가까운 그의 집 앞마당을 트럼프 항의 메시지가 담긴 비석 모양 장식 16개를 세운 묘지로 조성했다. 묘비명엔 트럼프 정부가 대폭 축소한 대외 원조 기관 "USAID(미 국제개발처)", "건강과 과학에 대한 연구", "진실" 등이 적혔다. 그는 "관용", "타협과 협력", "공감" 등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은 메시지도 함께 장식했다.

핼러윈은 매년 10월31일 미국에서 악령, 괴물 등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로 이 날이 가까워지면 각 가정도 호박을 파서 만드는 '잭오랜턴'을 비롯해 여러 장식물을 내건다. 분장한 아이들이 이웃집을 돌며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치겠다(trick or treat)'고 외치며 간식을 받는 것은 핼러윈의 대표적 행사 중 하나다.

올해 정부 비판 핼러윈 장식에서 가장 인기를 끈 트럼프 정부 인사 중 하나는 케네디 장관이었다. 케네디 장관 거주지가 있는 북부 조지타운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로이터>는 케네디 장관의 이웃 중 하나인 크리스틴 페인(66)이 집 정면 창에 아이 크기의 해골을 장식하고 "백신을 맞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메시지를 적었다고 전했다. 페인은 케네디 장관이 좋은 이웃이지만 그의 정책엔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 모두가 이 나라, 특히 워싱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신음모론자로 유명한 케네디 장관은 취임 전부터 백신 효과에 대한 불신을 표명해 왔고 취임 뒤엔 백신 연구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백신 접근성도 낮춰 미 보건부 산하 식품의약청(FDA)는 지난 8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며 접종 대상자를 65살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로 대폭 축소했다. 생후 6개월 이상 국민에 매년 백신 접종을 권고했던 이전 지침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통신은 케네디 장관의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집엔 크기가 3미터(m)에 달하는 거대 해골 장식이 "백신은 생명을 구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장식돼 있었고 이 지역 또 다른 집 앞마당에도 목에 청진기를 두른 해골 옆에 "환자 장관"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워싱턴에서 정치적 장식을 자주 내거는 조지타운과 캐피톨힐 지역을 이틀간 취재했지만 트럼프 지지 혹은 민주당 반대 내용이 담긴 장식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은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트럼프 정부의 연방정부 축소 기조로 시내 상권을 이용할 정부 직원이 줄며 직접 타격을 입었다. 이에 더해 최근엔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셧다운 영향으로 공무원들이 일시 해고되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이 민주당원들이 트럼프 반대 핼러윈 장식을 통해 "무의미한 도덕적 과시" 중이라고 깎아내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핼러윈을 맞아 소셜미디어(SNS)에 셧다운이 민주당 탓이라고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백악관은 이 게시물에서 의사당 앞을 배회하는 유령들을 묘사한 영상과 함께 "민주당은 미국인들이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할 때 사라진다"고 적었다.

한편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곧바로 백악관에서 핼러윈 행사를 갖고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참석한 아이들에게 약 1시간 동안 간식을 나눠줬다.

<AP> 통신은 이 행사가 "셧다운이 3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치러졌다"며 참석자 중엔 군인과 백악관 직원 아이들도 있었다고 짚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의 한 주택에 로버트 케네디 미 보건장관에 항의하는 메시지가 담긴 핼러윈 장식이 놓였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민이 집 뜰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묘비 모양 핼러윈 장식을 배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가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를 맞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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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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