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식용유 수입 금지 검토"한다는데…이미 수입량 거의 없어

중국 대두 수입 막자 반전 카드로 꺼낸 듯…지지층인 '농민 달래기' 실제 효과는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금지 조치에 맞서 식용유를 비롯한 기타 무역에 대한 중국과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말 에이펙(APEC) 정상회의 계기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우리 대두를 구매하지 않아 대두 농가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은 경제적 적대 행위"라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식용유 및 기타 무역 품목에 관한 중국과 거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어, 우리는 식용유를 쉽게 자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지만 지난 5월 이후 미국산 대두 수입을 끊었다. 미국이 꺼내 든 이른바 '관세 전쟁'에 대한 대응 성격이다. 중국은 미국 대신 아르헨티나에서 대두를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두 수입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식용유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대두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농가가 본인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라는 데 있다. 트럼프 정부가 실시한 관세 부과로 미국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도 등을 돌릴 경우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식료품점 등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무역 전쟁이 재점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두 수입을 촉구하기 위해 중국산 식용유 수입 금지 검토를 거론하며 압박에 나선 모양새인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조치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주로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에 사용되는 폐식용유(UCO, Used Cooking Oil)를 수입한다. 식품으로 사용하는 식용유는 주로 캐나다, 인도네시아, 유럽연합(EU)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용유를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폐식용유 수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면 일반 소비자가 당장 물가 변동을 체감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내에서 중국의 폐식용유가 연료로 상당 부분 사용되는데 이것이 원가를 낮춰주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비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여지는 있다.

지난 3월 미 농무부는 "미국은 중국 폐식용유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2024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전체 폐식용유 수출의 약 43%"였지만 "중국이 2024년 12월 1일 폐식용유에 대한 13% 수출세 환급 혜택을 폐지했고, 이에 그달 폐식용유 수출은 전월 대비 60% 감소했다"고 전해 중국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미국이 지난 4월 중국산 물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중국산 폐식용유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 부분도 있지만, 폐식용유가 '바이오 연료의 쌀'이라고 불리며 SAF 등 다양한 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을 막은 측면도 있다. 중국이 지난해 말 수출세 환급 혜택을 폐지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부터 식용유 수입을 막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실제 중국의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관세 발표 이후인 지난 4월 30일 <로이터>통신은 중국에 있는 폐식용유 거래업체 3곳을 인용해 마지막 화물이 3월 말에서 4월 초에 출항한 후 거래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SAF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공급보다는 수요를 더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2050년까지 모든 항공유를 SAF로 대체하기로 했고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올해 SAF 2%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에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중국산이 저렴한 측면도 있어 실제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수입을 막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2025년 10월 10일, 메릴랜드주에 있는 한 곡물상이 트럭에서 콩을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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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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