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비만 아동이 늘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먹거리 정의 실현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의무

먹거리 정의


내가 일하는 '사랑의손맛협동조합'은 영양불균형 위험이 있는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미션을 실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행복도시락'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며 전국에 26개 센터가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하여 공동구매, 위생관리와 종사자교육, 식단개발 등의 연대활동을 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은 먹거리 정의실현이다. 먹거리 정의란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영양가 있으며 존엄하게 식사할 권리를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가 빈부의 차이로 차별되는 자본주의식 먹거리 문화를 극복해보자는 취지이다.

빈곤한 먹거리에 노출된 성장기 아동들

다양한 사람들이 빈곤한 먹거리에 노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집단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아동복지법, 노인복지법에 근거하여 국가는 최소한의 먹거리를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집단은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이다. 성장기에 놓인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받지 못하면 향후 의료비라는 사회적 비용을 야기시킬수 밖에 없기에 현재 그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미래에 지불하게 될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취약계층 아동들의 비만과 질병 심각

2024년 보건복지부는 아동 비만율이 5년 새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아동의 신체 건강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교육부는 초·중·고교생 전체 비만 비율이 2017년 23.9%에서 2022년 29.6%로 상승되었다고 발표했으며 소득 분위별로는 저소득층 비만율이 12.1%로 최고소득층 9.7%보다 높아 더욱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패스트푸드 등 저렴하고 고열량의 식품이 빈곤층의 아이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먹기 싫어도 먹어야만 되는 음식이 있다고 안내하고 강제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 그렇기 때문에 취약계층 성장기 아동들의 먹거리 공급에는 국가와 사회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랑의손맛협동조합

아동을 위한 결식지원정책 전반적인 검토 필요

지역사회 아동결식 지원정책은 저녁끼니를 거를 수 있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1989년 처음 시작하여 1998년 중고등학생까지 확대되었으며 2000년에 방학과 주말(토일 및 공휴일)식까지 확대되었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하지만 방학 중에는 학교급식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쿠폰 방식의 종이를 발급했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식도시락 지원사업이 시작되었고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 커다란 호응을 받으며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2009년 서울시가 바우처 제도를(꿈나무카드) 도입한 이후 전국적으로 바우처 방식의 카드 도입이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결식지원대상 전체 아동의 60%이상이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카드가 사용되는 대부분의 사용처가 편의점이라는 것이다. (2024년 국정감사 자료 : 편의점 이용률 전국 평균37%, 지역에 따라서 50%상회) 편의점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냉동식품이거나 삼각김밥, 가공우유와 같은 고열량 인스턴트 식품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입에 단 음식이 있는데 굳이 건강을 생각하며 좀 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빈곤층 아동들의 비만율과 각종 질병률이 높은 이유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공정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의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경쟁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에 대해 공정함을 갖추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공정함이란 공평함과는 다른 의미로 최재천 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자면 단순히 규칙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공평의 차원을 넘어 양심과 배려가 더해져 사회적 약자의 필요까지 충족시켜 주는 고결하고 따뜻함을 의미한다.

물론 무엇이 건강한 먹거리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강제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미흡한 취약아동들의 먹거리 문제를 그들의 선택에만 맡기는 복지는 공정함을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로 진행되는 현재의 결식지원정책은 수혜자들의 조건을 고려하여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은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민생 모든 분야에서 무너져 내렸던 지난 날의 과오를 재생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굵직한 현안의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지금 결식이웃을 돌보는 정책을 점검하는 일은 조족지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굶은 사람도 있다는데 그나마 먹고는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성장기 아동들의 건강은 미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정한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당장 그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향후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먹거리문제 해결은 단지 결식을 줄이는 양적인 것에서 나아가 어떤 것을 먹을 것이냐라는 질적인 관점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세심한 배려를 기대해본다.

ⓒ사랑의손맛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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