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까닭은?

"대통령의 공식 사과, 진정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님의 공식 사과는 단순한 역사적 반성의 순간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변화를 향한 출발점이자,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여는 시작점으로서,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대통령님께서 전 세계 해외입양인들에게 치유와 해방을 가져온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으리라 믿습니다."

지난 2일 추석을 앞두고 해외입양인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입양인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2일 이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입양문제와 관련한 공식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헤이그협약 가입과 동시에 "대한민국 대표해 사과"

이 대통령은 이날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이하 헤이그협약) 가입에 맞춰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부터 대한민국은 이 협약의 공식적 당사국 지위를 갖게 됐다"면서 "국가가 입양인 여러분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드리겠다"고 밝혔다.

국제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헤이그협약은 1980년대 한국의 과도한 해외입양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해 1993년 시행되기 시작했으나, 정작 한국은 올해 들어서야 가입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 당연한 약속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과거는 결코 자랑스럽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한때 '아동 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썼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그간 고통받은 해외 입양인과 가족, 원가정에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법원 판결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일부 부당한 인권 침해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며 "그 과정에서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관계부처에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입양인의 권리 보호와 인권 중심적 입양체계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도울 실효적 지원방안도 함께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입양인과 입양가정, 원가정이 서로 함께함으로써 더 큰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직접 사과에 큰 의미…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해외입양인들의 지원하는 뿌리의집 공동대표인 김도현 목사는 10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상조사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국무총리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어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했다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 대통령이 단순한 사과를 넘어서 관련 부처에 실효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후속 조치를 지시한 사실도 입양인들은 크게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뿌리의 집'은 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통령님의 말씀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의 과거 입양 관행으로 인해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온 수많은 입양인과 그 가족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또 "입양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출생의 뿌리를 찾는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대통령님의 의지에 대하여 각별한 찬사를 드란다"며 "과거의 부정의를 단순히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양인을 보호하고 화해를 촉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조치를 실행하려는 확고한 결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진실화해위의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덴마크 입양인 모임인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도 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통령님의 사과 말씀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과거의 부정의를 인정함과 동시에 보다 정의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고 의미 부여했다.

다음은 DKRG에서 보낸 편지 전문이다.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님께

존경하는 대통령님, 덴마크한국인권단체(DKRG)를 대표하여, 전 세계 한국인 국제입양인들에 대한 대통령님의 공식 사과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통령님의 말씀은 전 세계 수많은 한국계 해외입양인들에게 큰 위로와 기쁨을 가져다주었으며, 오랜 시간 마음 속에 아픔을 간직해온 우리들에게 따뜻함과 희망을 전해주었습니다.

2022년, DKRG는 국제입양 관련 역사적 조사의 설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조사는 대한민국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TRC)에서 수행되었으며, 수많은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하고 문제적인 사실들을 밝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진실들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해외입양인과 그 후손들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이유로 대통령님의 사과 말씀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과거의 부정의를 인정함과 동시에 보다 정의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DKRG는 이러한 역사적 진실 앞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과거의 어려운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화해를 향한 첫 번째 중요한 걸음을 내딛으신 대통령님의 용기와 결단에 대해 깊은 자부심과 감동을 느낍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우리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마음 속 깊이 솟구칩니다. 각대통령님의 말씀은 대한민국과 전 세계 수많은 해외입양인, 그리고 그 후손들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유대감을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대통령님의 공식 사과는 단순한 역사적 반성의 순간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변화를 향한 출발점이자,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여는 시작점으로서,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대통령님께서 전 세계 해외입양인들에게 치유와 해방을 가져온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으리라 믿습니다.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정부가 이 중대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시도록, DKRG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 조언을 항상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덴마크한국인권단체(DKRG)는 대통령님께, 존경하는 대통령님의 가족에게,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따뜻한 추석 인사를 덴마크에서 보내드립니다.

깊은 존경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

덴마크한국인권단체(DKRG)

피터 뫼러 공동창립자 및 공동대표

한분영 공동창립자 및 공동대표

To His Excellency Lee Jae-myung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Your Excellency,

On behalf of the Danish Korean Rights Group (DKRG), we have the honour to convey our heartfelt gratitude for Your Excellency's official apology to the world's international adoptees from Korea. Your Excellency's words have brought profound warmth and joy to thousands of Korean international adoptees across the globe, many of whom have long carried the burden of painful histories.

It was DKRG that, in 2022, took the initiative and played the leading role in bringing about the establishment of the historic investigation into international adoptions at the 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of the Republic of Korea. This inquiry uncovered significant and troubling truths about the circumstances under which many adoptions were carried out. These truths continue to affect the lives of international adoptees, our descendants and our parents to this very day. It is precisely for this reason that Your Excellency's words of apology move us so deeply, as they bring both recognition of past injustices and hope for a more just future.

We at DKRG are therefore both proud and deeply moved that, on behalf of the Republic of Korea, Your Excellency has shown the courage to confront the nation's difficult past and the determination to take the first vital step towards reconciliation. Mr President, our hearts swell with pride for our motherland. Your Excellency's words have strengthened the enduring and unbreakable bonds between Korea, the thousands of international adoptees worldwide, and the generations to come.

We believe that Your Excellency's official apology represents not only a historic moment of reflection but also the beginning of meaningful change and the opening of a constructive and fruitful dialogue that can bring about lasting transformation. We trust that Your Excellency will be remembered in history as the President who brought healing and resolution to the world's international adoptees. Please be assured that Your Excellency and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can count on our unwavering support, encouragement, and counsel to ensure the success of this vital endeavour.

The Danish Korean Rights Group conveys to Your Excellency, to Your esteemed family, and to the people of Korea our warmest Chuseok greetings from Denmark.

With profound respect and the warmest regards,

Danish Korean Rights Group

Co-founder and Co-representative

Han Boon Young

Peter Møller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대통령실에 접수하고 있는 한분영(왼쪽), 피터 뮐러 공동대표. ⓒ뿌리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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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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